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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케테콜비츠·루쉰 판화 대거 광주 온다
100여점 선보여…감로도부터 근현대 아울러
오키나와·제주·타이완·광주 역사성 주목해 국가 폭력 조명
20세기 저항미술 운동으로 대변되는 독일 작가 케테 콜비츠와 루쉰 판화가 국내 최초로 광주에서 대거 선보여진다. 나치 시절 저항운동을 한 케테 콜비츠와 1930년대 루쉰의 항일 목판화운동, 그리고 1980년대 한국의 민중 미술로 이어지는 미술의 사회 참여 역사와 의미를 조망하는 의미 깊은 자리다.
광주비엔날레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 1980 그 후’전시는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94일 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
17개국 57명 작가가 참여하는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전에는 아시아 작가 46명이 대거 포함되면서 변방이었던 아시아의 미술과 역사를 21세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내는 주요 수단으로 끌어들인다.
국가 폭력과 이로 인한 상처, 치유의 과정, 희망과 미래라는 기승전결식의 명료한 전시 구성을 통해 시민들과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미래를 모색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1갤러리부터 6갤러리까지 이어지는 광주시립미술관 입구에는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국내 최대 사찰박물관인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품인 감로도 등 2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 오키나와-제주-타이완-광주 벨트 역사성 주목
제주도와 오키나와, 타이완, 광주는 역사적 상처를 지닌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는 1947~1954년 정부와 미군정에 의해 양민이 희생당한 4·3사건을 겪었고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민간인 10만 명이 죽음을 당했다. 타이완에선 1947년 2월28일 중화민국 통치에 맞선 본토인들의 항쟁으로 3만 여명이 희생당한 ‘2·28사태’가 일어났다. 광주에서는 1980년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 수 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그리고 그 역사적 상처와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달콤한 이슬 - 1980 그 후’전은 아시아 4곳의 도시가 지닌 아픔에 주목해 미술로 해석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확산하고 발언하고자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 작가들을 끌어들였다.
제주 지역에서는 강요배와 임흥순 작가가 참여한다. 1980년대 대표 민중미술작가인 강요배는 제주 4·3항쟁의 아픈 역사를 드러내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으로 유명한 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 임흥순은 이번 전시에서도 같은 맥락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대표작가로 킨죠 미노루, 킨죠 미츠루, 히가 토요미츠 등이다. 사진작가 히가 토요미츠는 오키나와 미군 주둔을 반대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으며, 9·11 테러와 2차 세계대전 사이를 넘나들며 전쟁과 제국주의에 대한 과감한 몽타주 작업을 해온 오우라 노부유키는 일본 천황 체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출품한다.
타이완 작가로는 황 중트란이 이름을 올렸다. 1950년대 타이완의 백색테러 동안 많은 젊은 애국자들이 반란군, 공산당, 반역자로 몰려 체포되었고 만 명 이상이 처형되었는데 황 중트란도 이때 희생당한 작가이다.
광주지역에서는 홍성민, 나상옥, 이준석, 임남진 씨 등이 참여한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나상옥 작가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 설치된 5·18 추모탑, 광주학생운동 기념탑(조형물) 등을 제작해왔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였던 임남진 씨는 불교의 탱화와 전통 민화를 접목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 폭력으로 점철된 아시아 근·현대사가 역사의 한복판으로 나와 미술이라는 조형 언어로 재조명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국내 최초 20세기 미술 운동 저항의 작품 대거 선보여
광주시립미술관 3갤러리에는 케테 콜비츠(1867~1945)와 루쉰(1881~1936), 벤 샨(1898~1969)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3명의 작가 모두 저항의 표상이자 사회 문제를 사실적으로 담아온 작가로 미술사에 기록되고 있다. 특히 나치시절 저항 작가 케테 콜비츠와 1930년대 루쉰(魯迅)에 의한 항일 목각판화 운동 작품들은 국내 최초로 대거 전시되면서 20세기 미술 운동을 마주하면서 ‘광주정신’을 새롭게 재조명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세기 전반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독일의 여류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 49점이 광주에서 첫 선을 보인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를 잃은 케테 콜비츠는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슬픔과 절망을 굳건히 그려온 판화가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폭동’, ‘배고픔’, ‘희생자들’, ‘살아남은 자들’ 등 전쟁 동안 희생된 젊은 병사들과 부모들, 과부들 등 전쟁 피해자들의 고통과 절망 등을 목판화 특유의 단순하고 강렬한 필치로 만나볼 수 있다.
북경 루쉰박물관 소장품인 루쉰목판화 58점도 광주에서 처음 전시된다.
‘광인일기’, ‘아큐정전(阿Q正傳)’ 등을 쓴 중국 문학가 겸 사상가인 루쉰은 케테 콜비츠의 판화를 보고 본격적인 목판화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실직 노동자’ 등 당시 시대상을 목도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가 벤 샨은 경제공황 속에서의 도시 빈민과 민중의 억눌린 삶을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벤 샨의 작품들은 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 콜렉션이다.
현대 미술계의 스타로 사회성이 짙은 작가들도 합류했다.
뉴욕 미술계가 주목하는 흑인여성 화가인 줄리 메레투는 9.11 테러 등 국가 분쟁을 다룬 작품을 출품했으며, 2001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스타 미술가 커플 자넷 카디프와 조지 뷰레스 밀러의 ‘40성부의 성가’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도 참여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미술 치료 작품 20~30여점을 내놓았다.
이밖에 (재)광주비엔날레와 공동주최 기관인 광주시립미술관 소장의 하정웅 콜렉션도 대거 선보이는데 좌우 이념 대립과 남북 분단의 아픈 현대사를 반영하는 송영옥, 전화황 등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지에 사는 사람) 작가들도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1980년대 광주발 미술운동의 꽃과 같았던 걸개그림과 시민미술학교의 재현작업을 통해 민주와 인권, 평화를 함축하는 ‘광주정신’을 조형적으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국가의 탄압과 폭력을 몸소 겪은 민중미술 대표주자인 홍성담 작가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자 오프닝 퍼포먼스의 일환인 걸개그림 프로젝트를 맡았다. 5·18 때 문화선전대로 활동하면서 항쟁의 진실을 판화 연작으로 표현했던 홍성담 작가는 1989년엔 평양에서 열린 세계학생축전에 보낸 걸개그림 ‘민족해방사’ 주동자로 지목되어 3년의 수감생활을 겪기도 했다. 홍성담 작가는 개막 전 시민들과 함께 걸개그림을 만들고 개막식 때 광주시립미술관에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문의) 특별프로젝트 팀 (062)608~43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