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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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월간 GBS (글)] 6월_박명지_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글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글

 

박명지

 

역대 최장기간 동안 광주 전역에서 진행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의 전시 종료일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와 함께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서포터즈의 오랜 여정 또한 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6월의 어느 날, 마지막 기획회의를 마치고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기 위해 도심 속 사찰인 무각사를 방문했습니다. 시민과 불자 모두에게 열려있는 무각사는 종종 삶을 반추하고 자신을 재정비하는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입니다. 도예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노력하는 류젠화의 설치 작업부터 다야니타 싱의 "움직이는 스틸 이미지", 흐엉 도딘의 회화, 앙헬리카 세레의 직물 설치, 그리고 탈로이 하비니, 홍이현숙의 영상 작품 등 작가들은 모두 '삶의 순환'을 주제로 삼으며 작품을 통해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중 홍이현숙의 작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2020)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가는 북한산 승가사에서 만날 수 있는 마애여래좌상을 손대신 카메라의 확대, 축소 기능을 통해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고 꼼꼼히 훑으며 상상된 감각을 관객에게 설명합니다. 이는 닿을 수 없는 존재와의 접촉을 상상하게 하며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문득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작성했던 글을 돌아보니 <광주폴리x로컬식경>을 시작으로 GB작가스튜디오탐방, GB토크, 파빌리온 기자회견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이를 글로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정보 전달에 치중하느라 당시의 분위기와 관객의 반응 등 직접 경험한 자만이 간직하는 감각을 홍이현숙의 작품처럼 글에 잘 녹여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약 16개월 동안 매달 한편의 글을 쓰며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더 많이,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GB토크에 관한 글을 준비하며 광주비엔날레 속 ‘광주’에 담긴 결의와 저력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또한 보도자료에서 글감을 얻어 ‘전시 공간 디자인’이라는 전시장 구성 방법과 본격적인 작품 설치 전 열리는 ‘해포식’ 등 낯설지만 흥미로운 순간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며 줄곧 궁금했던 광주비

엔날레 개막 준비 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온라인 전시와 같은 다양한 전시 방법 및 전시 장소의 중요성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장소에 담긴 맥락, 그리고 전시를 간직하는 ‘굿즈’의 역할과 종류 소개 등 전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글에 담아내며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출신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비엔날레가 가지는 거대한 잠재력 중 하나는 그것이 자주 지역적 맥락에서 다른 어떤 것을 위한 불꽃이나 촉매제가 된다는 것이다.”1)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광주’라는 도시 특성을 토대로 동시대 미술 담론을 제시하며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고 도시 전체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광주비엔날레의 14번째 챕터는 막을 내리지만, 바로 다음해 열릴 새로운 챕터를 위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음악적 서사로 공간을 탐구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세상에 공개되고 또다시 도시 전체가 들썩일 그날을 기대하며 마지막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1)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아사드 라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 양지윤 옮김, 서울: 아트북프레스, 2020.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