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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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 현대미술 홀릭 중!
글: 조주아
지난 1월 31일부터 리움미술관은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를 관람하기 위한
관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노숙자가 있고, 전시장 곳곳에는 비둘
기가 관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전시장 벽에는 바나나 한 송이가 테이프로 붙여
져 있습니다.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이 전시장의 작품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무척
난해한 편입니다. 오늘날 현대미술이 가진 전위성과 ‘난해함’이 관객들을 사로잡다
니,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에게 ‘바나나’가 과연 무엇을 의
미하는 걸까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를 보러 관객들이 전시장을 찾는 이유는 딱 하
나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카텔란의 바나나는 바로 현대미술의 집약체이기 때문입
니다. 카텔란의 바나나를 보며 소변기를 전시하였던 다다이즘의 대가 마르셀 뒤샹
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경직된 분위기의 고급미술과, 미술관 권위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현대미술의 신선함이 관객들로 하여금 미술을 감상하는 시선에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대한민국에선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아트선재센
터에서는 지난 3월 28일부터 네오 아방가르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스위스 작가 중 한 명인 하이디 부허의 회고전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 바 있습니
다. 《하이디 부허: 공간은 피막, 피부》 전시는 ‘스키닝(skinning)’ 기법으로 건축
면을 뜯어낸 작품들을 설치했습니다. 공간을 해체하고 새로운 건축의 피부를 생성
하는 과정은 가부장적 공간의 개입을 보여줍니다. 1990년대 활발하게 개진된 페미
니즘 미술은 오늘날 현대미술의 주요 현상 중 하나인데요. 이 전시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시대변화 속에서 진행된 성별 정치학을 통해, 현대미술의 특수성과 역동
성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느덧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한지 한 달이란 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전 세계적
으로 많은 관객들이 광주비엔날레를 찾아 미술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비
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최전선이라 부를 수 있는 동시대미술을 다룬 국제미술전입
니다. 오늘날 미술계에 대해 논의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담론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비엔날레 전시 구성과 작품들은 가장 ‘새로운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에도 광
주비엔날레에서는 최근 현대미술 트렌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2023)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비엔날레 전시장 한가운데 우뚝 서 있
는 코끼리가 엄정순 작가의 작품입니다. 관객들은 코끼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으
로 만져보기도 하고, 교감하듯 쓸어보기도 합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오감을 사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죠. 참여형 전시는 단순한 감상에
서 벗어나 사적인 경험의 영역으로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
다.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두드러진 현상 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여러 작가들과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흐름이 앞으로 미술계의 어떠한 전환점을 불러일
으킬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 관객들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는 근
거는 충분히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현대미술을 즐기러 광주비엔날
레로 향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