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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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월_박명지_전시와 작품을 만나는 공간, 그 너머

전시와 작품을 만나는 공간, 그 너머

박명지


여러분은 전시하면 어떤 장면이 생각나나요?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벽,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작품이 걸린 모습을 대부분 떠올릴 것입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던 것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고 나고부터 였습니다. 각 갤러리의 주제와 어울리는 색으로 칠해진 벽과 기둥들, 동선을 일러주던 천으로 된 터널, 점점 어두워지던 조명들. 이 모든 것들이 전시를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런 전시 공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요? 찾아보니 전시 공간 디자인을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전시 공간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고자합니다.

 

전시 공간 디자인이란 관람객에게 전시의 기획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전시장의 구도와 벽, 조명, 음향 등의 모든 실내 구성 요소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시장의 분위기, 전시 공간과 작품의 관계는 관람자의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시 공간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은 김용주 디자이너는 좋은 전시 공간에 관한 질문에 “잘 디자인된 전시 공간은 관

객이 작품 앞에 머물면서 작품에 몰입해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만들어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전시장에 놓인 모든 것은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라는 답을 남겼습니다.1)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 《사유의 방》은 전시 공간 디자인의 중요성을 단번에 보여줍니다.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금동 반가사유상은 깊은 명상에 잠긴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스 대표)은 반가사유상의 에너지와 공간이 일체화된 느낌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실을 설계했습니다. 어둠을 통과하는 진입로, 반짝이는 천장과 같은 요소는 고요한 전시 공간에서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듭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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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국립중앙박물관 (원오원 아키텍스 이미지) 


제 생각을 바꿔주었던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전시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디오고 파사리노(Diogo Passarinho)는 관람객에게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도우면서 감각적인 길잡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람객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알록달록한 벽면과 천으로 된 터널, 주제에 따라 변하던 조명의 조도 등 전시 구성 요소들은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죠.3)


잠시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에서 열린 《카라바조-베르니니(Caravaggio-Bernini. Baroque in Rome)》 전시 디자인을 담당한 디자인 그룹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는 어두운 공간에서 바로크 작

품을 전시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따뜻한 색조의 직물로 덮인 패널을 이용해 17세기 예술을 위한 현대적인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의 현대적이고 급진적인 특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분해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전시회를 만들었습니다. 패널 위에 덮인 직물은 전시가 끝난 후 지역 학교로 환원될 뿐만 아니라, 전시에 사용된 가벽은 미술관과 자주 일하는 건축업자들에 의해 개발된 구조로, 다른 전시회에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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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do Hartmann 


위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시 공간 디자인은 관람객이 작품과 전시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예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는 장으로 전시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게 된 건축가 자비네 토이니센(Sabine Theunissen)은 짧은 기간 열리는 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모듈식 구조를 만드는 데 특히 유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큐레이토리얼팀의 메세지와 자비네 토이니센의 공간 구성 목적이 모두 달성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내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릴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1) 앙혜연, 「머무르게 하는 전시공간 디자이너 김용주」, 『the NEIGHBOR』, 2022년 7월 11일. https://m.theneighbor.co.kr/neighbor/view.asp?no=9246&pType=D

2)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카탈로그, https://www.museum.go.kr/sayu/

3) "전시공간 소개- GKL아트어라운드 GB아트스쿨 교육영상", 유튜브 비디오, 28:37,

"Gwangju Biennale Foundation", 2021.04.02., https://youtu.be/Cxay8nA7h6I

4) India Block, 「Formafantasma designs recyclable displays for Rijksmuseum

exhibition」, 『dezeen』, 2020년 2월 19일.

https://www.dezeen.com/2020/02/19/formafantasma-baroque-in-rome-rijksmuseum-exhibition-recy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