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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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월_조주아_한국의 비엔날레와 지역 간의 공존 윤리

한국의 비엔날레와 지역 간의 공존 윤리

조주아

 

1995년 광주에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연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로 14회째를 맞았습니다. 3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광주비엔날레는 동시대미술 사유의 장으로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국제미술전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위상을 지닌 행사인 만큼 개최도시인 ‘광주’에 대한 관심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비엔날레는 광주를 비롯하여 부산, 제주, 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부산비엔날레와 제주비엔날레가 차례로 개막하였고, 올해는 광주비엔날레가 개최 예정에 있습니다. 세계적인 맥락에서 미술과 도시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비엔날레의 회로는 지역의 순례나 관광여행으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엔날레가 지역상권의 상생, 더 나아가 지역 발전

의 시금석이 되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엔날레가 선보이는 동시대 미술에는 예술적 실천과 지역의 맥락을 연결하여 도시의 정서를 담는 행위가 포함됩니다. 2022부산비엔날레의 경우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를 주제로,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부산항 제1부두, 영도 폐창고, 초량 주택이 전시장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는 복잡한 도시구조를 갖춘 부산의 풍경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펼쳐내고, 이를 전 지구적 현실과 연결 지어 바라본다는 비엔날레의 주제와 상호 연결되는 장소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제2회 제주비엔날레의 경우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을 주제로 제주도립미술관 및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가파도, 삼성혈(三姓穴) 등 제주 곳곳에 위성전시관을 두고 ‘자연과 예술이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시 중에 있습니다. 특히 가파도라는 섬 전체를 전시장이 채택하였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작품과 자연이 공생하는 섬의 모습은 기후 및 다양한 생태 환경이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만든 제주의 공간적

맥락을 사유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일부 작가들은 각 개최 지역에 거주하며 제작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은 비엔날레와 지역 간의 공존 윤리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국내 및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개별적인 정서를 한데 모아 지역성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전 지구적 보편성을 완성한다는 건 매우 환상적인 일입니다.


2022부산비엔날레가 영국의 현대미술 전문지 '프리즈'(Frieze)에서 2022년도 세계 10대 전시로 소개되면서 성공적인 폐막을 거두었고, 제2회 제주비엔날레가 11월 15일 개막 이후 12월 말까지 2만8700명이 관람하면서 여전히 성황리에 있습니다. 한시적 전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의 공존, 호흡, 소통의 방식은 소외된 지역의 성장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지구를 저항,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서 도시 광주를 '광주 정신'의 기원이자 근원으로 삼습니다. 앞으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와 지역 간의 전개가 무척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우리 모두 특정한 시공간에 놓일 2023년의 광주비엔날레를 함께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