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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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월_유지현_다시, 광주비엔날레 도슨트와 함께

다시, 광주비엔날레 도슨트와 함께

유지현

 

지난 12월, 광주비엔날레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의 전시 기간 동안 함께 할 도슨트를 모집한다는 소식입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도 도슨트의 설명 대신 AI로봇과 오디오가이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었습니다. 평소 전시장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왔던터라, 저는 로봇에게선 생생함과 현장감을 느낄 수 없어 몰입이 어렵더군요. 여전히 기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존재함을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올 전시에 여러 도슨트들이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어떤 소식보다 반갑더군요. 특히 전시현장에서 도슨트가 직업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이들을 찾는 이들도 부쩍 많아졌는데요. 그렇기에 도슨트가 다시금 등장할 광주비엔날레 현장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도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도슨트를 향한 관심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오늘날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찾는 사람들은 공간 속 작품들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도슨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는 추세입니다. 아직까지 자원봉사라는 인식도 있지만, 전문적인 직업으로 활동하는 도슨트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유명한 도슨트들이 미디어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전시관 측에서도 보다 깊이 있는 지식과 실력을 지닌 도슨트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몇몇 관객들에게 도슨트라는 존재는 조금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특히 도스트와 큐레이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도슨트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큐레이터(curator)는 관리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cura에서 유래한 말로, 작품 수집 및 연구, 전시기획 등 전시를 만드는 총체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반면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는 의미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들은 완성된 전시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어쩐지 나의 감상만으로는 조금 아쉽다고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럴 때 도슨트는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와 관련된 지식을 알려줍니다.

 

오래전 미술관과 박물관은 그저 개인 또는 국가의 소장품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미술문화를 즐기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사회가 급변하고, 미술관과 박물관이 사회교육기관으로 인식되면서 여러 관람객과의 소통과정에 중요성을 두게 되었습니다. 1907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의 벤자민 입스 길먼(Benjamin Ives Gilman)은 미술관에 교육적 역할과 기능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공간에 도슨트를 배치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도슨트의 역사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 도슨트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1995년 개최된 광주비엔날레를 통해서라고 하는데요. 대학으로는 이화여대 박물관이 도슨트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철저하게 자원봉사의 성격으로 전문 도슨트 교육을 통해 설명을 시작한 것은 1996년 삼성미술관에 의해서라고 합니다.1) 이렇듯 과거부터 지금까지 각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는 도슨트를 양성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역시 이번에 선발된 도슨트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도슨트들은 기본적인 역할과 태도를 배우고 전문적인 소양을 다지는 교육을 이수하게 되는데요. 광주비엔날레 전시에서 만나볼 작품들의 서사가 도슨트들의 언어에 의해 어떻게 풀어져 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그냥 지나쳤으면 알 수 없었을 작품의 내막이 누군가의 지식을 통해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임할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잊지 못할 전시 경험을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1) 김미경, 「도슨트와 모바일 가이드가 관람객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 관람경력과 박물관 유형에 따라서」 (석사 논문, 고려대학교,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