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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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광주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유지현

 

‘세상에서 가장 약한 것이 물이지만, 그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물을 이겨내지 못한다.’ 『도덕경』 78장에 나온 유약어수(柔弱於水)의 뜻입니다. 선인들의 지혜가 때로는 우리 삶에서 깊은 공감을 일으키고는 하는데요.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도 유약어수에서 차용되었습니다. 이 말처럼 여리고 작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세상에 큰 변화를 이루기도 합니다.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을 활용해 표출해야만 하죠. 저는 그 대표적인 수단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에도 사람들을 주목시킨 많은 전시가 있었죠. 전시장에서 펼친 예술적 표현은 많은 담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가장 인상 깊었던, 혹은 예술이 주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전시는 무엇이었나요? 단 하나만 고르기엔 어렵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올 한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전시가 생각나는데요. 바로 이건희 컬렉션입니다. 저 또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전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한 개인의 소장품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를 만들

어 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시를 관람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는 여성 작가의 작품이 왜 이토록 희귀할까? 물론 여성과 남성을 구분할 것 없이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작품들은 높은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의 역사를 다룬 커다란 공간에서 여성 작가의

작품은 너무나 소수였습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한국의 시대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과거 여성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가부장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여성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려웠죠. 더욱이 당시 한국은 국권의 침탈과 식민지화에 이어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어지러운 현실에서도 변화를 향한 움직임은 있었습니다. 점차 서구 문물이 유입되고 여성 교육을 향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예술 세계에서도 여성 작가들의 도전이 이어집니다.

 

21세기에 이르러 여성의 예술 활동은 과거에 비해 보다 자유로워졌습니다. 게다가 많은 기관들이 여성작가의 예술 활동을 지지합니다. 광주비엔날레에서 행하는 여성의 예술 활동 참여를 위한 지지 역시 어제오늘 일만은 아닌데요. 대표적으로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여성 예술감독을 선임한 바 있습니다. 처음으로 여성 예술감독이 선임되었던 때는 2006년 제6회 광주비엔날레입니다, 제9회에는 아시아 출신 여성 기획자 6명이 공동으로 감독을 맡았죠. 제13회 두 여성 감독에 이어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006년 이후 첫 한국인 여성 감독입니다. 또한

각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여러 여성 전시기획자들이 이들과 함께했습니다.

 

특히나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여성 작가의 참여율에 대해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하는 작가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라고 합니다. 매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예년에 비해 여성 작가의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기사는 많이 봐왔는데요. 50%라는 명확한 숫자는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변화하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에 발맞춰 여성작가들의 작품 세계도 변화했죠. 지금까지의 광주비엔날레 주제는 사회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은 주로 여성운동과 같은 사회현상 그 자체를 직시하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반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참여 작가들은 현상만을 바라보기보다는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여성작가들은 각자의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사용했죠.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개최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펼쳐질 예술이 관객 개인에게, 어쩌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가 되는데요. 다가올 전시를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주목하는 여성, 그리고 그들이 구현하는 예술의 형태를 확인하는 갚진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