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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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1월_조주아_기후 위기와 회복력 시대: 현대미술의 동향과 광주비엔날레

기후 위기와 회복력 시대: 현대미술의 동향과 광주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조주아

 

 

입동을 지나 12월을 코앞에 두고도 따뜻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수능날마다 따라오던 ‘수능 한파’도 올해는 없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뭉게구름은 새하얀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는 매년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지만, 올해는 어쩐 일인지 날씨는 포근해도 마음은 서늘합니다.

세계 날씨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폭염, 폭우, 홍수, 산불피해와 같은 지구의 ‘멸종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온이 올라가고 빙하는 녹는다는 사실에 인류는 순응을 넘어 적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문명 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오늘날 기후로 인해 다가올 인류 문명사적 위기에 대해서 진보의 시대를 해체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회복력 시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회복력 시대’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진보와 효율성에 집중했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회복력의 시대’로 역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고 주장하는 제러미 리프킨에 따르면, 인류는 앞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환경을 위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회복력’ 시각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 등으로 전환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보와 효율이 약화되면서 이성주의가 물러나고, 적응과 회복력이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으며 공감과 생명애가 중요한 위치로 떠오른 것입니다.

또한 그는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힘인 ‘회복력’ 측면에서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은 주변 강국의 지배를 겪으며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이 때문에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인터뷰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을 서양에서처럼 자율적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개인으로 인식하는 점 또한 한국을 포함한 동양 문명의 강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답니다.1)

실제로 한국의 현대미술은 이미 ‘회복력’ 시각에 빠르게 적응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서울의 주요 갤러리와 아트센터는 오늘날 생태미술, 대지미술, 환경미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의 실천적 방법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트선재센터의 경우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위기 문제에 관심 있는 예술단체들로 결성된 월드웨더네트워크(World Weather Network)를 소개하는 전시인 《월드웨더네트워크》(2022) 전시 진행 중에 있으며, 전 지구적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급변하고 있는 기후 환경을 예술적 상상력과 학제 간 협업을 통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서울 웨더 스테이션》(2022) 전시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와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은 특히나 ‘회복력’ 측면에서 예술적 맥락과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의 전시 작품들 중 일부는 폐차된 자동차의 전조등이나 버려진 택배상자 등을 활용하였는데, 이는 예술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사회정치경제적 위기로 인한 방향상실의 시대상을 드러낸다”는 작품의 주제까지 함축적으로 포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의 전시 작품들 중 일부는 흙으로 빚어져 있습니다. 미술재료용으로 가공되어 정제된 흙이 아닌 ‘진짜’ 흙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자연의 원초적인 힘을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인류가 당연하게 여겨온 생존의 공간에 대하여 새로운 위기의식과 함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기후 위기를 목격하는 것을 넘어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나라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의 탄소 중립 운동을 시행하며, 인간 중심의 관점을 탈피하고 ‘회복력’이라는 새로운 위치와 지점을 발견해냈습니다.

이제 회복은 곧 인류의 생존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의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역시,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하나의 은유이자 원동력 혹은 방법론으로 삼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하는 자리입니다.2) 기후, 인종, 계층 등의 사회적 맥락과 함께 인간 실존과 공생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담론의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모두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새롭게 회복할 준비 되셨나요?

 

 

1) 윤상진, 「제러미 리프킨 “효율의 시대는 갔다, 이젠 ‘회복력’ 얘기할 때” 」, 『조선일보』, 2022년 11월 7일자.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26907?sid=103

2) 광주비엔날레, 「“다양한 인류 공동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광주비엔날레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