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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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1월_정하선_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소개: 서로 다른 우리가 연결될 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소개

:서로 다른 우리가 연결될 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정하선

 

“현대미술이 꼭 난해하지만은 않다. 모두가 인간이기에 본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이를 앞세워 소통할 것이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현대미술의 장벽, 역대 비엔날레의 난해함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답변은 지난 참여작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원래 미술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터라 저 역시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숙경 예술감독의 답변 속 이런 확신에 찬 믿음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 홍보, 더 쉬운 큐레이팅 같은 겉의 방법을 다룬 것이 아닌 내면의 근원적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우리가 인간이라 이해할 수 있는, 본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현대미술 속 그 무엇은 아마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아마 전통과 문화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저는 각기 다른 문화적 요소들이 시공간적 거리를 가뿐히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일 때 신기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주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타인의 것이 아주 오래 지켜온 나의 것과 연결될 때, 혹은 아주 예전의 역사가 현재의 나와 연결될 때처럼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런 유동적 연결성을 담은 작가들과 작품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처음 소개할 작가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조각과 드로잉 작업을 남긴 작가 킴 림입니다. 킴 림의 작품 속에는 그녀가 인도네시아, 터키, 이집트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명에서 발견한 기하학적 형태가 담겨있습니다. 지정학적 경계를 뛰어넘어 만들어진 추상 언어 기반의 작품들. 이번 제14회 광주 비엔날레에서는 석고, 청동, 대리석 등으로 만든 작가의 조각과 석판화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실 수 있겠는데요. 서로 비슷한 기하학적 모티프가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모일 때, 느껴질 국가와 시간을 초월하는 감동이 벌써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주목받는 카자흐스탄의 젊은 여성 예술가 바킷 부비카노바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오리엔탈 세밀화 따라 그리기> 회화 연작을 선보입니다. 이 작업들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우즈베키스탄이나 페르시아 세밀화 전통을 떠오르게 하는 모티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스타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요소를 제거해 작가가 말하는 ‘부재의 정신’의 공허함과 불완전함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오리엔탈 세밀화에 부재를 포함함으로써 중앙아시아 지역 전통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또 작품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따라 그리는’ 복제성을 드러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관습의 반복에도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전통과 역사를 떠올리게 할 이 작품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가는 도자기와 다양한 소재로 중국 현대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 리우 지엔화입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리우 지엔화의 두 점의 설치작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 중 <흔적의 형태>(가제)는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얻은 영감에 작가만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작가는 각기 다른 형태의 도자기 조각들을 마치 유물이나 인간 문명의 흔적처럼 파편적으로 펼쳐 이처럼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이렇게 다양한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피어난 작품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또 무엇을 느끼고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