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D-
제목11월_유지현_5대륙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김근태 특별전 ‘들꽃처럼 별들처럼’

5대륙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김근태 특별전 들꽃처럼 별들처럼


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유지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리고자하는 어떠한 소재를 선택하여 평면의 캔버스에 그 모습을 담아냅니다. 그러한 가운데 여기, 발달장애아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습니다. UN작가로도 불리는 김근태 작가입니다.

 

여러 대상 중에서도 김근태 작가가 발달장애아를 그리게 된 계기는 목포 고하도의 공생 재활원에 있는 발달장애아들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사실 이들을 그리게 되기까지 작가의 인생에는 많은 고통의 순간이 존재했습니다. 그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해 한쪽 시력과 청력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조선대 미대학생의 신분으로 5·18 민주항쟁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담을 넘어 피했던 그는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렇듯 아픔과 상처로 뒤덮인 참혹한 현장은 작가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어 미술교사 생활을 그만 둘 정도로 힘들었던 그는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오릅니다. 귀국 후 인물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는 어떤 대상을 그려야 할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소외계층, 고아원의 아이들을 그리던 어느 날 한 미술 평론가의 소개로 고하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150여명의 누워있는 발달장애아들을 보며 작가는 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아를 그리는 과정 속에서 그는 점차 마음의 고통을 덜어나갔습니다.

 

발달장애아를 그려온 20년이 넘는 긴 시간 끝에 김근태 작가는 대한민국의 서양화가 최초로 2015년 미국 UN본부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후 리우 패럴림픽 초대전, UN제네바사무국 초대전에서 장애아동들과의 그룹전, 평창 패럴림픽 전시 등을 이어나가며 작품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연이어 지난 10월 이곳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도 김근태 작가와 5대륙 발달장애 작가들이 함께한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2전시가 열렸습니다. 전시의 제목은 마치 들꽃처럼 별들처럼 존재하는 지금까지 그려온 아이들을 상징합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색감으로 부드럽게 표현된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이들의 그림은 텅 비어있던 공간에 따스함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냉혹한 현실의 눈이 아닌, 그들의 내면을 온전히 담아낸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그림이 전시장에 온기를 더합니다.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 역시 작품들을 보며 감동과 위로를 받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전시는 회화 <넌 나의 우주야>를 시작으로 <오월, 별이 된 들꽃>과 같은 설치조형물 등 수 많은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시장의 한 면은 근태와 5대륙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발달장애 작가들의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근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첫 번째 100m 작품 <들꽃처럼 별들처럼>에 이어 두 번째 100m 작품인 영혼 · 생명>이라는 신작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구사했던 초기작들과 달리 점점 추상적으로 표현되어가는 아이들의 형상이 눈길을 끄는데요. 작가는 남은 눈의 시력마저 잃어가며 보다 동적인 빛의 형태로 아이들을 묘사합니다. 

 

 

 

다가오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포용과 다양성의 장이 될 것이라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이러한 광주비엔날레라는 공간에서 열린 김근태 작가의 전시는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어쩌면 김근태 작가가 포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나 한국에서의 아트패럴림픽 창설을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듯,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앞으로도 보다 포용적이고 다양한 예술이 탄생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