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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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_박명지_'광주비엔날레의 터전인 광주는 광주비엔날레의 영원한 소재요, 주제며,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광주비엔날레의 터전인 광주는 광주비엔날레의 

영원한 소재요, 주제며,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박명지

 

 

위 문장은 광주비엔날레 인사말의 한 구절입니다. 이 인사말처럼 광주비엔날레는 개최지 광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광주비엔날레가 말하고자 하는 광주는 무엇일까요?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이 물음을 해소해 줄 프로그램이 지난 10월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렸습니다. 바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한 두 번째 GB토크 ‘광주 만들기’입니다. 이번 호는 그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며 답변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광주 만들기’는 광주의 도시상징인 예향과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학자, 독립기획자, 독립 큐레이터를 초청하여 발제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문화예술 전통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하기 위해 창립된 (재)광주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 등을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광주비엔날레는 예향 광주의 뿌리 아래 광주의 민주 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1995년 태동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해 등장한 ‘안티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광주를 상징하는 ‘예향’이 1980년대 급부상한 인위적인 담론으로, 그 안에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힘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채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합니다. 비록 광주비엔날레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광주의 정신을 담진 못했지만, 전시를 통해 꾸준히 광주민주화운동에 근간을 둔 ‘광주정신’을 가치화하고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광주비엔날레를 보고 자란 청년들은 광주의 정신, 광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스트 오월 세대인 이들이 만들어 낸 콘텐츠는 5·18을 직접 겪은 세대와의 입장 차이로 인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꽃비 독립기획자와 김소진 독립큐레이터가 5·18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당시 받았던 따뜻하지만 무겁게 느껴지던 조언들, 김꽃비 독립기획자가 참여했던 <오월쓰다> 포럼에서 진행된 5·18 표기 시 “가운뎃점” 사용에 관한 끝나지 않는 논쟁들. 이들이 겪은 경험은 모두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바로 기존의 5·18 이야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가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박제화’의 늪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 그렇지만 김꽃비 독립기획자의 주장처럼 5·18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방식은 그 누구에게나 재해석될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질문이 언제나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5·18에 대한 추모와 재해석이 안전하게 분리될 수 있는 공간, 혹은 그 두 가지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자 담론의 중심에 광주비엔날레가 있다고 말합니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대의 주요 이슈나 담론을 주제전과 연계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화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작품을 통해 광주를 특정한 장소가 아닌 하나의 패러다임 또는 매뉴얼로 바라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며, 광주와 광주 시민들이 시작한 변화의 물결을 현대 미술을 통해 재해석하고자 합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광주의 정신을 어떻게 새롭게 선보일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