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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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0월_정하선_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소개: 삶을 담은, 그래서 강력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소개 – 삶을 담은, 그래서 강력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정하선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 스크립트를 가져왔을 때 윤여정 배우는 그것이 감독 본인의 이야기임을 딱 보고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살아있는, 정말 정말 생생한 디테일 때문이죠. 이야기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인 것을 알고는 출연료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영화를 흔쾌히 한다고 했답니다. 그 결과 영화 미나리는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윤여정 배우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섞인 작품은 디테일의 깊이가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털이 주뼛 서는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기억은 상상보다 강력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번 발표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요 작품 20선을 보며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작가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본인의 생생한 경험을 말하는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이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서는 단일한, 대표적인, 일반적인 견해에서 벗어나 참여 작가들의 각기 다른 미시적 역사와 경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고유한 위치를 재확인시키며, 비엔날레의 대주제 안에서 함께 어울릴 모습이 벌써 기대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 글울 통해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농인 사회를 이야기하는 작가, 크리스틴 선 킴

크리스틴 선 킴은 캘리포니아에서 농인으로 태어났습니다. 작가는 청각 장애인과 농인을 확실히 구분하는데요, 혹시 여러분도 그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청각 장애는 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 모두를 말합니다. 농인은 청각 장애 중에서도 거의 들리지 않아, 제1언어로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작가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입니다. 크리스틴 선 킴은 이렇게 자신이 사용하는 미국 수화 언어와 소리에 대해 다룹니다. 농인 사회가 소통하는 방식을 드로잉, 설치, 비디오 등의 매체를 통하여 보여줍니다. 청인이 주고받는 말과 같기도 다르기도 한 언어 체계가 표현되고 전달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죠. 청인이 소리에 의존하였다면, 수어는 시각, 촉각 등의 감각을 바탕으로 하니까요. 특히 이번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모든 삶의 기표>(2022)는 미국 수화 언어 내에서 숫자가 세어지는 방식을 다루고 있는 설치 작품입니다. 미세한 동작 차이로 완전히 다른 수적 개념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전시장 표면에 쓰인 단어와 그 위를 지나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줍니다. ‘수어는 동작이니 세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저도 어렸을 때

했었지만, 수어는 문화에 기반을 둔 언어로 나라마다 그 모습이 다릅니다. 잘 모르고 계셨다면 이번이 친숙하지 않은 언어 체계에 가까워질 기회! 이번 비엔날레에서 이 작품에 주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누 정체성을 지키는 작가, 마윤키키

마윤키키는 일본 훗카이도의 아사히카와에서 태어난 아이누 예술가이자 음악가입니다. 또 아이누 전통 노래를 부르는 4인조 여성 그룹인 마레우레우의 일원이자 아이누 언어 교사이기도 하죠. 아이누는 훗카이도, 혼슈의 도호쿠 북부 등의 지역에 거주하던 선주민들로, 일본 근대화 이후 민본민족으로 편입되어 위태로운 입지 속에서 지속적인 배척과 차별을 받았는데요. 마윤키키는 이런 역사를 잊지 않고 자신이 아이누의 후예라는 점에서 지금은 사라져가는 아이누의 전통문화를 들춥니다. 성장 과정에서 일본에 동화되어 잃어버린 아이누족의 정신을 찾아내는 것이죠. 이런 작가의 작품에는 시누예라는 아이누 여성의 주술적 의미를 담은 문신과 전통 아이누 음악인 우포포가 등장하는데요. 이번 비엔날레에서 만나게 될 사진 작업 연작에서 이를 주목하여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누를 둘러싼 일본의 역사, 기억, 고정 관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 앞에서 억압받고 소외되어 온 소수집단을 생각하며 우리의 시선을 잠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