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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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0월_박명지_호랑가시나무 옆 광주비엔날레

호랑가시나무 옆 광주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박명지

 

지난 9월 21일에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자회견, 잘 보셨나요? 저는 다른 서포터들의 콘텐츠와 기사를 통해 접했는데요. 전시에 관한 다양한 설명 중 제 눈길을 끌었던 항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시 장소입니다. 광주비엔날레는 2016년부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중외공원 문화벨트를 넘어 광주 전역으로 전시공간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선정된 전시공간은 지역 내 문화 공간 및 사립미술관뿐만 아니라 광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그 의미가 남다른데요. 이번 호에서는 지난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이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장소로 선정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위치한 광주 남구 양림동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역사문화마을입니다. 이곳은 광주 전남 기독교 선교 발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1900년대 초 미국남장로교 선교사 유진 벨과 오웬 및 다양한 선교사들은 양림동을 거처로 삼고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선교활동과 근대교육 그리고 의료사업을 위한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 이 일대를 기독교 복음 전파의 터전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호랑가시나무 언덕’은 근대건축물과 호랑가시나무 및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어우러진 곳으로 ‘가장 양림동 다운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전후로 양림동에 정착한 선교사들은 ‘예수나무’ 혹은 ‘크리스마스 나무’로 알려진 호랑가시나무를 심으며 고향의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박선홍 씨가 펴낸 『광주 1백 년』에 따르면, 선교사들이 정착했을 당시 호랑가시나무 언덕은 풍장터였다고 합니다. 돌림병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아이들이 해발 108미터의 언덕 위에 쓸쓸히 버려지곤 했습니다. 1900년대 모두가 꺼려 하는 가난한 땅에 정착한 선교사들은 의료, 교육,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근대 문물을 남겼고, 현재 문화유산으로 인정을 받으며 양림동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매개자는 이를 도시재생에 활용했는데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바로 그 결과입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원래 원요한 선교사 사택의 차고로 쓰였던 10평 남짓한 공간을 문화법인체 아트주(ARTZOO)에서 원래의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증축해 현재의 전시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입니다. 지난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이곳을 처음으로 전시 장소로 활용하며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Korakrit Arunanondchai)와 시셀 톨라스 (Sissel Tolaas), 파트리샤 도밍게스(Patricia Dominguez), 사헤지 라할 (Sahej Rahal), 김상돈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행사에 이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모리 유코(Yuko Mohri)의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이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유리 파빌리온 공간을 채울 예정입니다. 모리 유코의 키네틱 조각은 일상의 오브제와 기계 부품을 재구성하여 물체와 중력, 바람, 빛과 같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만남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면모를 강조합니다. 작가는 전시장이 위치한 광주 양림동 일대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요소와 함께 사운드 기반의 종합 구조물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집합체, 혹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공간의 조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기사에 의하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은 각 전시장의 건축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상응하는 작품을 보여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에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모리 유코의 작품이 만나 생길 시너지 효과,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참고문헌

박선홍. 『광주 1백년 1: 개화기 이후 광주의 삶과 풍속』. 광주: 심미안, 2012.

양림스토리 탐험대, 『(광주 근대역사문화마을)양림을 걷다 : 양림성장형 공공미술 2.0 프로젝트』. 광주: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 2014.

송하인, 홍기대. 「광주광역시 양림동 지역의 공간변화 양상 연구」. 『한국지리학회』 9호 2권(2020): 237~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