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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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0월_김가원_고이즈미 메이로와 광주의 마음을 발견하다: 광주고려인마을

고이즈미 메이로와 광주의 마음을 발견하다: 광주고려인마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김가원

 

 

고려인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고려인은 일제강점기 시기 연해주로 이주 당한 사람들이 당시 사회체제로 인해 다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해 살고 있는 한민족을 의미합니다.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을 차별없이 받아들인 곳은 인권도시광주광역시가 유일합니다. 광주에 고려인마을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덕입니다. 20년 전인 2002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려인동포를 도왔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신 대표는 고려인의 안전한 귀국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고려인마을을 형성하기 이르렀고, 지금까지도 고려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고려인들의 한맺힌 역사와 일상들이 현대미술작가의 시선을 통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14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고이즈미 메이로 작가는 세계대전 이후 일본 민족주의에서 포착한 어두운 면을 발전시켜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제작합니다. 메이로 작가는 최근 펜데믹 기간동안 해외 이주민을 주제로 VRAR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하였습니다. 임수영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보조 큐레이터는 지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설치과정에서 근무자들을 통해 고려인마을을 알게 되었고, ‘이주민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메이로 작가에게 소개를 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를 계기로 고려인마을에 관한 조사를 하였고 특히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당시 고려인들이 활동했던 고려극장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가는 10월 광주광역시를 방문하여 고려인마을 주민들과 인터뷰하였습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서사를 가지고 있는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넘치는 정으로 준비해주신 다과와 음식을 먹으며 보다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고이즈미 메이로 작가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전쟁에 영향 받은 것을 토대로 작품을 제작하고 발전하는 이유가 있나요?

“2007년부터 일본 제국주의의 어두운 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쟁에서요. 일본의 교육과정에서 전쟁에 관련해 어두운 역사는 충분히 배우지 않아 일본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이러한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지 않으면 미래를 쌓을 수 없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일본은 이러한 상태를 직시하고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합니다.

특히 전쟁은 개인적으로, 심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일본에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전쟁에 참여한 군인은 당시 사람들을 죽인 트라우마로 그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악몽을 꿨다고 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미국 군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자살을 선택했고, 당시 참전 군인들에게 이러한 현상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전쟁에 참여하고 목격한 많은 사람들에 고통만을 안겨주었습니다. 개인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항상 개인과 사회는 모든 상황에서 충돌하고, 전쟁 상황에서 볼 수 있듯 두 간극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모순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개인의 목소리만, 사회의 목소리만 말할 수 없기에 이를 인지하고 서로가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Q: 고려인마을에서의 인터뷰는 어떤 인상을 남겼나요?

이전 작업에서도 이주민 커뮤니티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 때 역시 상대적으로 어린 이주민을 직접 만났었던 터라 보조 큐레이터가 소개해준 고려인마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책과 같은 자료로 정보를 수집하지만 그들을 직접 만나고 들어야만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을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작업입니다.

어제는 고려인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새날학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린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어른처럼 결정하거나 책임을 지기 어렵지만 결국엔 선택해야하는 때가 올 것입니다. 상황이나 환경은 사회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사회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 있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제 만난 학생들 역시 긴장하거나 부끄러워했지만 매우 다양한 반응들을 보였고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는 어제의 인터뷰와는 굉장히 달랐습니다. 대부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이었지만 모두 다른 삶을 살았고, 질문에 대한 답도 굉장히 달랐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인 이 공동체에서 모두를 돕고 아껴주는 모습은 커다란 가정(big house)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인터뷰는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Q: 동시대미술가로서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하시나요?

세상은 굉장히 복잡하고 복합적이지만, 사회는 이를 단순화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술은 그러한 매커니즘이 복잡하게 얽힌 상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앵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로부터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점을 바꿔 얼마나 다른 안경을 끼고 살아가는지 알아야 우리는 천천히 조금씩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일상 전반에 깔려 천천히 그리고 강하게 변화시킵니다. 작가로서 저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의 사람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고(good) 나쁨(bad)으로 구분할 수 없는 그대로를 보임으로써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해 고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 역시 처음으로 고려인마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직접 그들을 마주했습니다. 그들과의 첫 만남부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기념사진까지, 그들은 모든 순간 따뜻하게 저희를 대해주었습니다. 그들의 꿈은 하나입니다. 일제강점기 시기 강제로 쫓겨난 조상을 대신해 다시 돌아온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되는 것. 저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광주의 마음을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