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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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9월_김가원_Sweet와 Sorrow

Sweet과 Sorrow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김가원

 

여러분에게 쓰고도 달콤했던 기억이 있나요? 기쁘지만은 않은, 슬프지만은 않은 일들을 모두 경험해보았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렸던 ⟪쓰고도 달콤한⟫전시가 그러했습니다. 2017년부터 지역 연계전시 사업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ACC지역-아시아 기획전을 개최해왔는데요.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와 협력하여 민주, 인권, 평화를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을 탐색해보는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다보츠(Darbotz), 민성홍, 스베이 사례스(Svay Sareth), 이매리, 전나환, 쩐 루엉(Tran Luong) 작가가 참여한 전시는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시스템 속에서 받은 영향을 미술로 공유합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 들어서면⟪쓰고도 달콤한⟫전시 입구를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전시에 들어서면 다보츠(Darbotz) 작가의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2022) 작품이 강렬한 시작을 알립니다. 작품에서는 작가를 대변하는 ‘몬스터’가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품고 있습니다. 일률적인 흑백 스트립 패턴과 분홍색과 흰색이 추상적으로 섞여있는 배경은 체계적인 듯 보이지만 작가의 거주지인 자카르타의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풍경임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도시에서 끝없는 일과 고민들로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공감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보츠 작가의 대형 작품을 지나면 양쪽 벽면으로 전나환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나환 작가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6개월 간 진행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The Q>(2018~2019) 연작과 <퀴어론>(2019)을 선보였습니다. <퀴어론>을 보면 퀴어, 비(非)퀴어인 모두 ‘퀴어’라는 개념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누가 퀴어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각기 다른 성정체성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자기이기 위해 살아가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The Q>를 보면 전나환 작가 역시 사람마다 다 다른 모습들을 단지 성정체성의 차이로 바라보는 것이 다른가? 물어보는 듯합니다.

 

민성홍 작가의 <스킨_레이어> 연작(2021-2022)은 의미를 상실한 물건들을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설치작품으로 탄생한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독특해 보이는 외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집에서 볼 수 있는 가구의 다리나 장식들입니다. 익숙하면서 낯선 작품들의 모습은 모든 게 빨리 변하는 일상이 가끔 어색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상기시킵니다. 때로는 정말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얼하고 있는지 문득 생각하게 되는 순간처럼요.

 

이어지는 베트남 출신의 쩐 루엉(Tran Luong) 작가와 캄보디아 출신의 스베이 사례스(Svay Sareth)의 작품은 함께 보기를 추천합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인접해 있는 두 국가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문화, 정치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서로 영향을 받는 곳이지요. 두 작가 모두 1960~70년대에 일어난 베트남과 캄보디아 간의 전쟁, 내전 등을 직접 겪은 작가입니다.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중화(中華)사상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소중화(小中華)’ 정책을 펼치고, 프랑스 식민정책의 하나로 캄보디아 행정직을 담당하는 등 캄보디아와 주변국의 ‘베트남화’를 실행하고자 했습니다. 이로인해 모두가 동심원인 세상에서 여러 중심이 존재한다는 동남아시아의 세계관인 ‘만달라(mandala)’ 개념이 흐트러졌습니다. 때문에 캄보디아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전쟁과 내란은 당연한 결과로 역사상에 존재합니다. 한반도에서도 약 100년 전에는 ‘일제강점기’을 겪었고, 불과 몇 십 년 전 수도권과 지방할 것 없이 진행되었던 민주화운동이 존재합니다. 모두 대제국의 영향이나 정치적 욕심에 대한 결과였고 이 피해는 결과를 초래한 사람들이 아닌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되었습니다. 미얀마와 우크라이나에서는 한 세기, 반세기 이전의 일들이 현재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들이 주는 의미가 더욱 깊이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매리 작가의 <지층의 시간>(2015~현재)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작가의 강진에서 고려시대 월남사터가 확인되어 발굴 작업을 실시하였습니다. 월남사터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소에서 역사의 현장으로 재-의미화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층이 쌓이듯 인류사 역시 함께 쌓여 현재를 이룹니다. 작가는 지금은 사라진 사원의 터의 사진과 구약성경의 구절을 금분으로 적는 일종의 수행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 쌓아질 우리의 역사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쓰고도 달콤한⟫전시를 보니 현재의 모습과 다양한 관점들, 잘 알지 못했던 다른 나라의 이야기와 잊고 지내는 역사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마냥 달달하지 않은 현실에 씁씁해지지만 바쁜 현실 속 ‘나’의 세상에서 모두의 세상을 미술을 통해 볼 수 있는 자체로 저의 삶에 달콤한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쓰고, 달콤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이중적이지만 서로가 없다면 느끼지 못한 감각이자 단어가 아닐듯합니다. 쓴 현실 속에서도 작품으로, 전시로, 사회의 다양한 외침으로 달콤한 연대가 여러분에게 살아갈 힘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김윤지, 「캄보디아의 '베트남화' -제3차 인도차이나전쟁에 관한 정치사적 연구」, 『베트남연구 3』, (한국베트남학회, 2002), 175-237.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간 존엄성 묻는 여섯 가지 질문」, 2022.8.24. 보도자료,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