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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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9월_정하선_하나의 엉킴으로 행성적 아픔 돌아보기

하나의 엉킴으로

행성적 아픔 돌아보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정하선

 

예술은 그 자체를 정의하는 것부터 하나의 일이 되기도 하는데요.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아도르노는 예술은 사회적 산물이고, 미학은 작품의 저 밑에 깔려있는 사회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읽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또 예술가는 자신이 보는 세계를 감상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작품으로 표현해야 하며 현대사회의 문제를 포착해 전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지요. 

 

아도르노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본다면, 작품 속에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요. 행성의 아픔이지 않을까요? 우리는 점차 심각해지는 생태와 환경 문제, 그리고 그것이 직접 드러나는 이상 기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유럽 곳곳에서는 40도 라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열대야로 많은 이들이 뜨거운 밤을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기온을 만든 것입니다. 이런 이상기후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남부지방은 내내 계속된 기나긴 가뭄으로 물이 말랐고, 서울 및 수도권에는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물이 쏟아져 안타까운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건물도 부술만한 슈퍼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접근했습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 큰 피해없이 지나갔지만, 힌남노가 이렇게 힘이 센 슈퍼 태풍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예년보다 훨씬 높아진 수온의 태평양 지역을 통과하면서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기후변화, 우리의 행성적 문제는 더 이상 먼 훗날의 걱정거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한 번쯤 기후위기를 걱정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중인 전시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소개할 전시는 《지구의 시간》인데요, 이 중 아드리앵 엠(M) & 클레어 비(B)의 작품 〈아쿠아 알타-거울을 건너서〉라는 작품이 인상적입니다. 

 

이 작품은 2019년 베니스 대홍수를 배경으로 하여 두 남녀의 이야기가 팝업북과 태블릿 속 증강현실로 구현됩니다. 태블릿 안에서 펼쳐지는 흑과 백, 회색톤의 증강 현실 작품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서울의 폭우가 있어서인지 작품을 볼 때 더 몰입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이 작품 속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느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세어볼 수 있었습니다. 

 

ACC 미디어파사드 반디산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카입, 이슬비, 이지현의 〈카본 클럭 @ACC〉도 인상적입니다. 이 작품 역시 증강현실로 구현한 포털을 통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 앱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탄소 배출량이 계산되고, 이가 가상 세계에 지속적 영향을 거쳐 우리가 만나게 될 50년의 시간이 5분 만에 보여집니다. 이런 변화를 직접 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를 떠올리며 하나하나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더 생경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포터즈 자격으로 참여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숙경 예술감독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네 가지 소주제를 통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큰 주제를 그려갈 이번 비엔날레. 이번 제 글에, 또 이상기후와 같은 우리의 행성적 문제에 관심있는 분이시라면 네 가지 소주제 중 특히 생태와 환경 정의를 다루는 ‘행성적 시간들’을 유의깊게 보시며 ‘물’이라는 큰 주제 속에 녹아날 사회적 이슈를 기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이해하고자 한다고 발표되었는데요. 저도 이를 생각하며, 어쩌면 모두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모두를 생각하며, 지구를 위해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는 하루를 보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