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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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8월_박명지_우리가 속한 터전을 돌아보는 방법: GB작가스튜디오 탐방_박인선 작가

우리가 속한 터전을 돌아보는 방법: 

GB작가스튜디오 탐방 박인선 작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박명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박인선 작가는 주변 환경을 사진과 회화로 접목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16년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제8기 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및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 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면, ‘집’과 ‘자연’이란 주제가 두드러집니다. 박 작가는 2006년 재개발로 인해 오래된 외갓집이 헐리는 헛헛함을 경험한 후 ‘오래된 집’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은 거주하는 이의 기억이 스며들어 가지각색의 특징을 지닌다고 생각해 마치 초상화를 그리듯 집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 내오 

고 있습니다. 대표작이 바로 <새로운 탄생>입니다.

 

단순히 사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회화로 표현하는 기법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재조합하거나 분해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박 작가만의 작업방식입니다.

 

캔버스에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만 있지 않습니다. 현실과 공존하는 작가만의 이상세계가 종종 드러나기도 합니다. 집에 관한 또 다른 작품인 <뿌리> 연작은 어딘가 위태로운 느낌을 줍니다. 작가는 골목길을 만들어낸 건물이 철거되는 장면을 보며 누군가의 기억 또한 사라진다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래서 그는 송두리째 뽑혀 크레인에 대롱대롱 매달린 집의 모습을 화폭에 표현했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식물의 뿌리는 그들의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더 이상 서있지도, 살아있지도 못합니다. 마치 뿌리 뽑힌 나무처럼, 지반에서 뽑힌 집의 모습은 관람자에게 아쉬움과 무력함을 제공합니다.

 

집을 주제로 한 박인선 작가의 작품에는 어느 순간 ‘자연’이 등장합니다. 제주도 레지던시 경험은 ‘내가 사는 집’에서 ‘우리’가 사는 집인 ‘자연’으로 시선이 확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플라스틱 섬>을 비롯한 몇몇 작품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 이면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인해 병든 실태를 보여줍니다. 특히 <seed>, <물줄기> 연작을 통해 강인하고 유기적인 생명체를 마음껏 표출했습니다. 씨앗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간직하며 성장하는지, 물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면 작품을 더 유익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집에서 도시로, 그리고 자연으로 작업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박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관한 것입니다. 그의 작업은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골몰하게 하고, 사라진 무언가에 대해 아쉬움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사라질 흔적들을 작품으로 남겨 쉽게 잊히지 않도록 만듭니다. 박인선 작가는 자기 작품이 힘이 되거나 작은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깊은 고민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작품에 쏟아내겠다는 그의 포부를 들으니, 그의 이후 작업이 더욱 기대됩니다. 더 많은 박인

선 작가의 이야기는 광주비엔날레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대 미술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를 소개하며 다양한 담론을 선보여 온 2022년도 ‘GB작가스튜디오 탐방’이 박인선 작가를 끝으로 어느덧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작가들의 작업실을 들르며 보고 배웠던 시간들이 영혼의 성장만큼이나 소중하고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다음 달에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