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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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6월_조주아_광주를 광주로 기억하기 위해서: 광주폴리의 기원과 철학

6월 콘텐츠 우수작

광주를 광주로 기억하기 위해서: 광주폴리의 기원과 철학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조주아 

 

 

광주 동구 궁동의 중앙초등학교 사거리에는 사계절 내내 하얀 눈이 내려앉은 나무가 있습니다.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는 강철봉이 한 그루의 나무처럼 기둥모양으로 세워져 있고, 그 위로 수평구조물이 공중에 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건축물은 광주읍성의 성곽의 흔적을 따라 지어진 광주폴리I 작품 중 하나로, 건축가 나데르 테라니의 광주사람들입니다. 나무와 하늘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새하얀 건축물은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평범했던 사거리를 새롭게 환기하며 도시의 감정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동안 광주를 여행하면서 보았던 이 작품은 좁은 도로 폭에서도 선명한 햇빛을 받고 비현실적으로 빛나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동안 저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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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데르 테라니, <광주 사람들>, 대한민국 광주

 

 

 

그런데 이 건축물의 이름은 어째서 광주사람들일까요. ‘광주그리고 사람들이라는 두 단어가 교차한 자리에는 왠지 모르게 기억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1980년 그 날의 광주와 사람들의 기억은 오늘날로 하여금 더 이상 억압되지 않고 표출하되, 왜곡되지 않고 보존하어야 할 부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광주폴리가 다른 폴리와는 다르게 단순히 감성적 향유를 위한 조각물에 그치지 않고 기억의 매개체로써 그 의미를 획득한 데에는, ‘광주라는 예항의 도시가 배경에 있기 때문이고, 그 배경 속에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억의 의미는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학 담론에서의 폴리는 본래부터 그 용도가 비합리적이고 낭만적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순수한 오브제이나, 광주폴리는 공공기능적 역할을 더해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철학적 의미를 배제한 폴리로서의 정체성도 중요하나 건축의 물리적 규율을 벗어던지면서도 적절히 시민들의 참여적, 행위적인 면모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프란시스코 사닌의 광주사랑방은 광주 시민들이 구 시가지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을 바라볼 수 있는 동시에 버스정류장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2차 광주폴리부터는 아예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하여, 광주라는 도시의 맥락과 일맥상통하면서도 공공시설의 새로운 기능적 부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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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사닌, <광주사랑방>, 대한민국 광주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11년부터 광주폴리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 ‘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 ‘광주다움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IV 까지 벌써 네 차례에 걸쳐 등 총 31개의 광주폴리를 광주 전역에 설치하며 광주폴리의 철학을 전하고 있죠. 현재 머물러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광주폴리는 곧 제5차 프로젝트 진행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제5차 광주폴리는 광주폴리의 지역성을 확인하면서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세계적인 문제를 고려한 주제로 새로운 기억을 창조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에 지난 510()광주비엔날레는 광주폴리 5차 총감독으로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를 선임했습니다. 광주시내에 등장할 광주폴리는 우리에게 또 다시 어떤 가치로 다가오게 될까요. 광주사람들의 기억을 기억하며, 새로운 광주폴리를 함께 맞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