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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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6월_박명지_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이야기: '광주폴리x로컬가락: 내력 없는 소리'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이야기

- ‘광주폴리×로컬가락(歌樂): 내력 없는 소리’

 

14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박명지

 

 광주폴리 리뉴얼 프로젝트 광주가 가지고 있는 원천 콘텐츠를 활용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재검토하는 사업입니다.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미각 통해 도시를 살펴보는 광주폴리 x 로컬식경 진행됐습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광주폴리×로컬가락(歌樂): 내력 없는 소리’가 열렸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청각’으로 확장하여 광주폴리와 시민들을 연결하고자 합니다.

 ‘광주폴리×로컬가락(歌樂): 내력 없는 소리’는 513일부터 14일 양일에 걸쳐 광주독립영화관과 뷰폴리에서 개최됐습니다. 13일에는 1982임을 위한 행진곡녹음에 참여했던 여성들로부터 당시 광주 민주항쟁의 진실을 노래로 알리려 한 문화운동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임영희(당시 극단 광대 및 갈릴리 문화패, 현 사회문화활동가), 김은경(당시 한신대 대학생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임희숙(당시 극단 광대 및 갈릴리 문화패)이 참석했는데요. 이들은 사전 조사를 통해 새로 발굴된 자료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정확한 제작 시기와 녹음 당시 상황에 대한 논의, 그리고 당시 광주의 문화운동그룹의 흐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 당시 광주문화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서로의 소속에 국한되지 않고 공동체로서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활동을 진행했다고 회고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970년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 문화운동 1세대들은 예술문화운동이 인간의 삶의 태도, 생활 방식, 감성 등의 광범위한 변화를 수반하여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의도적으로 ‘예술’을 제외한 ‘문화운동’이란 명칭을 외치며 활동을 시작했고,[i] 이러한 현상을 황석영과 김남주가 중간 매개 역할을 하며 광주에 전달했습니다.

 1978년 전남대 탈춤반 창립, 1978 11월 광주전남 최초 여성 민주단체인 송백회와 1980년 결성된 극회 광대와 같이 광주에도 본격적인 문화운동이 조직되었습니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광주 문화운동은 5·18을 증언하고 알려야 한다는 목표에 따라 다른 지역의 문화운동과는 다른 보다 적극적인 현장성이 추구되었습니다.[ii]

1980 5 23일부터 26일까지 도청 앞에서 열린 민주시민 궐기대회와 1980 12월 갈릴리 문화패 창립, 1981 11월 김종률 작곡발표회 그리고 1982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수록된 앨범 노래굿 <넋풀이> 녹음 제작 및 배포[iii]등의 활동과 앞서 언급한 생활상 관련 회고에서 이들이 하나의 목표로 뭉친 공동체로서의 당시를 치열하게 보냈던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1980년대에 등장한, 문화운동에서 공동체 의식이 회복되어야 하는 근거와 정당성을 끌어낸 ‘공동체문화론’에는 광주 문화운동에서 보이는 공동체적 경험과 특징이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언론에 대한 탄압과 저항할 수 없는 권력이 도사리던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죠.

국가의 권력이 왜곡된 상황에서 광주에 대해 입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후 1990년대부터 광주의 공동체 경험을 해명하는 연구가 꾸준히 등장했지만, 동시대에 등장한 ‘공동체문화론’이 광주 문화운동의 특성을 논의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점은 안타깝습니다.[iv]

그간 광주 문화운동은 518 민주화운동과 문화운동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정리와 연구 부족으로 역사적 평가가 소홀했던 점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활동한 사람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씨실과 날실을 엮듯이 당시 상황을 맞춰 나가며 기록과 역사를 정리하는 이번 구술 토크 행사를 통해 후속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가 수집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자료는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문화의 새로운 접점을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광주만의 담론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광주폴리×로컬가락(歌樂): 내력 없는 소리’ 통해 수집된 이야기가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벌써 기대됩니다.



[i] 이영미, 1970년대, 1980년대 진보적 예술운동의 다양한 명칭과 그 의미」, 『기억과 전망』 29(2013): 422~431.

[ii] 1970년대 광주 문화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 탈춤부흥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기억”, 국사편찬위원화-전자사료관, 2022 6 9일 접속, https://url.kr/n2jkb5

[iii] 이외에도 197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사이에는 수많은 활동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당시 구술 토크에 언급된 행사 위주로 나열한 것임을 알립니다.

[iv] 정원옥, 1980년대 문화운동에서의 공동체담론과 오월 광주」, 『문화과학』 90 (2017): 194~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