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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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온 소식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박명지 


  세계 최대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제가 올해 4월 23일 공식 개막했습니다.1895년 첫 개막 이후 격년제로 매번 홀수 해에 개최됐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년을 건너뛰고 짝수 해인 2022년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27년 역사를 지닌 베니스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와 인연이 깊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출신 감독들이 연이어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되었을 뿐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 출신 큐레이터, 작가들이 매회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맹활약을 펼쳤다고 합니다. 그 소식 지금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 정금형 작가와 이미래 작가의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초청

 베니스비엔날레는 크게 총감독이 여는 본전시와 각 나라에서 파견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따로 여는 국가관 전시로 나뉩니다. 그중 본전시는 비엔날레의 주제와 성격을 대표하는 핵심 행사입니다. 이번 본전시는 영국 출신 초현실주의 여성화가 리어노라 캐링턴의 책 제목에서 따온 ‘꿈의 우유 (The Milk of Dreams)’를 주제로 58개국 총 213명의 참여 작가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중 반가운 얼굴 두 명을 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정금형, 이미래 작가입니다. 두 작가는 각각 제10회 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기계와 사물이 인간의 몸과 갖는 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정금형 작가는 지난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심폐소생술 연습>(2013) 퍼포먼스를 통해 몸과 사물, 생명과 죽음, 실재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다루면서 죽음 앞에서 몸이 가진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서는 두상이 달린 로봇 조각품과 9개의 비디오로 구성된 <Toy Prototype>(2021)를 통해 사람과 기계 사이의 ‘이상한 관계’를 강조합니다.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미래 작가는 지난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파빌리온 프로젝트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에서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말해진 것들은 한 번도 충분한 적이 없었다>(2018)를 선보였습니다. 이작가는 주로 물컹한 재료와 튜브, 모터 등을 이용해 구체적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키네틱 조각 작품을 제작합니다. 이들은 감상할수록 관람자에게 촉각적으로 어떤 감정들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본전시에 소개된 <Endless House: Holes and Drips>(2022)은 장기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고무 튜브와 모터를 통해 물결치고 유약을 뱉기도 합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신체 기능에 대한 논의를 끌어냅니다.  



-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참여 작가들의 수상 소식

 또한 4월 23일 개막식과 함께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2021년 4월 1일 ~ 5월 9일) 참여 작가들의 수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세실리야 비쿠나(Cecilia Vicuña), 알리 체리(Ali Cherri), 린 허쉬만 리슨(Lynn Hershman Leeson)이 각각 황금사자상-평생공로상, 은사자상-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인이자 미술가, 영화감독이자 사회운동가인 세실리아 비쿠냐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소리로 꿈 꾼 비>(2020) 등 회화, 설치, 영상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작업을 통해 환경, 전쟁, 여성 등 동시대의 주요 문제들을 섬세하고 서정적으로 다룹니다.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레바논 내전 시기를 겪으며 자란 알리 체리의 경험은 그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폐허가 된 신석기 시대의 공동묘지 관리인이자 고고학 발굴 작업에 참여한 술탄 자이브 칸의 제의적 작업을 담은 <땅 파는 사람>(2015)을 출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50년간 예술가이자 영화제작자인 린 허쉬만 리슨은 인간과 기술의 관계, 감시 등과 같은 이슈를 탐구하며 페미니즘 미술의 실천을 일궈온 작가입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인 <비틀어진 중력>(2021), <그림자 스토커>(2020)와 같이 그는 작업을 통해 기술적 진보와 전지구적 연결성이 지니는 윤리 및 내포된 위험에 주목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수상을 축하합니다!

 

 이렇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활약한 광주비엔날레 출신 작가들의 소식을 정리하다 보니 다가올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기대됩니다. 지난 수년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이 조명받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한 광주비엔날레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2번의 연기 끝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렇듯 몇십 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새로운 광주비엔날레만의 담론을 제시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숙경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제14회 비엔날레는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역대 최장인 94일간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관람 기간을 제공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