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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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월간 GBS (글)] 4월_정하선_저쪽으로: <한 강 작가와의 대화: : ‘소년이 온다’를 읽고>

저쪽으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정하선

 

예술을 사랑하시나요? 책과 글은 어떠세요? 그리고, 또 왜 그런 것들을 사랑하시나요?. 누군가는 정말 좋아하는 건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동의하지만 그래도 제가 왜 이런 것들을 사랑하는지 찾아보려고 하면 그건 바로 저를 저쪽으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모하는 예술은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제게 저쪽을 보여줍니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 익숙한 이쪽에서 새로운 저쪽으로 이어주는 통로. 저쪽의 세계는 멀고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예술로서 인계된다면 더 가깝고 쉽게 다가옵니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저는 자꾸 건드리고 부드럽게 녹이는 무언가가 바로 예술인 거죠. 문학과 그림 그리고 때로는 노래.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 전시연계 프로그램 <한 강 작가와의 대화: : ‘소년이 온다를 읽고> 행사였어요. 한 강 작가와 쥬세피나 데 니콜라 교수가 참여하고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로 진행된 ZOOM 대담. 한 강 작가는 이탈리아 권위 있는 문학상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과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때문에 행사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미리 이탈리아 현지인과 교인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았고 그중 몇 개를 선정해 작가가 직접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베니스 특별전의 전시주제인 6장의 <꽃핀 쪽으로> 마지막 한 장을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로 낭독하는 활동도 있었습니다.

 

몇 가지 질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쥬세피나 교수가 한 강 작가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사람들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질문이었습니다.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에 작가는 살찐 낙관보다 가냘픈 희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말을 소개했습니다. 모호하게 낙관에 빠지기보다는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를 가냘프게라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희망이 없다고 생각될 때에도 말이죠. 희망은 어두운 곳에서 솟아난다는 말. 그 말을 믿는 것.

 

또 다른 질답에서 한 강 작가는 부정적인 것에서 머무는 것만이 아니라 그다음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잔혹에서 존엄으로. 고통에서 사랑으로 또 생명으로 넘어가는 것. 우리는 다음 저쪽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은 동호입니다.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마음으로 도청에 남아서 결국 죽음과 마주했던 중학생 소년. 소설의 각 장은 이런 소년을 로 호명하며 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말과 이탈리아어로 낭독되었던 책의 마지막 한 장은 동호의 엄마 목소리가 를 부릅니다. 동호는 그곳에서도 엄마아,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라고 말합니다.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여러분의 저쪽에는 무엇이 있나요? 저는 동호가 말하는 밝은 곳, 꽃 핀 쪽을 들여다봅니다. 또 아픔과 슬픔을 넘어선 저쪽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이제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말하는 저쪽, 그곳에서 펼쳐지는 예술이 말하는 저쪽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함께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