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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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월간 GBS (글)] 3월_김가원_#광주성매매집결지 #정유승작가

#광주성매매집결지 #정유승작가

 

제14회 비엔날레 서포터 김가원


어릴 적 대인동 골목길을 지나갈 때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유리방 앞에 앉아있는 여성들을 보곤했습니다. 강렬한 화장과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퇴근길에 자리해있었고, 그러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려 엄마는 저의 눈을 가렸습니다. 저의 눈을 가린 엄마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던 그녀들은 누구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성매매 여성들임을 알게 되었고, 상권 변화 후 사라지고 잊혀졌던 그녀들과 홍등가는 어떻게 되었는가 궁금해졌습니다.

 

지난달 광주비엔날레 ‘작가 스튜디오탐방’에 참여한 정유승 작가로부터 유리방 너머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정유승 작가 는 전시를 통해 성매매로 유입된 여성 인권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져왔습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집결지의 낮과 밤’ ‘랜드마켓, 랜드마크’ 등을 선보였습니다. 현재까지도 광주 성매매 집결지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유승 작가가 ‘성매매 집결지’ 관련 작업을 하게 된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이나 기회 측면에서 차별을 받았던 경험이 컸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던 중 김만석 큐레이터 제안으로 대표작 ‘성매매 집결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광주 일대 성매매 집결지인 황금동, 대인동, 양동 등에서 폐업한 유흥업소나 탈 성매매자를 통해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여러 자료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정유승 작가에게 '성매매 집결지' 주제로 작가로서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집결지의 낮과 밤(2018)'은 성매매 집결지의 낮과 밤을 대조한 영상으로 도시 속 숨겨져 있는 장소가 아닌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보통의 장소에서 성매매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수집한 성매매 여성들이 고통을 참기 위해 먹는 수많은 약을 재료로 광주 지형을 표현해낸 '랜드마켓, 랜드마크(2018)', 실제 유흥업소에서 행해지던 미신을 바탕으로 제작된 '오늘의 믿음(2018)', 그리고 성매매 집결지의 시작과 광주 대인동의 성매매 집결지를 통해 성매매의 모순점을 담아낸 '정제도시(2020)' 등을 통해 세상에 철저히 외면 받아왔던 주제를 다시금 재조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정유승 작가가 작품에 녹아낸 것처럼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성매매 집결지'는 오랜 기간 금지와 외교정책으로 사용되는 모순적인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군산 성매매 업소 화재사건으로 '성매매' 관련 문제가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매매에 대한 인식 문제는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정유승 작가도 '황금동 여성들(2018)'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진행될 당시 '황금동 콜박스'에서 근무하는 일곱명의 여성들은 다친 시민들을 위해 자신들의 피를 ‘검사 후 사용해달라’ 요청했지만 '업소녀'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하고 역사속에서도 그 이후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황금동 여성들(2018)'은 뜨거운 시민의식을 보여준 황금동 여성들도 귀중한 사적이며 기억돼야 할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민주화를 외치던 그 순간까지도 외면 받게 만들었던 사회의 시선에 대해 재고하게 합니다.

 

성매매는 일차원적으로 '성'을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한 문제로만 바라보았을 때 문제제기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매매가 이루어진 공간을 누가 지배하고 있고, 당사자들과 제3자 사이에 어떤 착취가 일어나고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유승 작가는 자신도 불편하게 느껴진 이 주제에 대해 스스로 알아가기 위해서,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매매를 시작으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존재에 대해 알리는 작업으로 깊은 스펙트럼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자합니다. 정유승 작가를 통해 어둠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사회의 부분들이 편견없이 밝혀지기를 바라봅니다.

 

정유승 작가의 이전과 앞으로의 활동들은 인스타그램 @docu.yo_oseung 계정과 https://vimeo.com/user102897107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정유승, [한반의반도]5・18의 황긍동, 그리고 ‘빛’고을이 비추지 않는 세계, 2021.05.25,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6600.html

조순애,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 나타난 ‘자활’ 담론 분석」, 국내석사학위논문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