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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도시, 예술적 생명력·시민 정신 채우다
도심 곳곳 소형 조형물 건립 건축 프로젝트 의미
도서관·화장실 등 공공공간의 기능성과 공익성 초점
시민·전문가 참여형 열린 프로세스…도시 시민 문화 새장
획일화된 도시에 예술적 생명력과 시민 참여 정신으로 채우는 도시 건축 프로젝트인 광주폴리가 두 번째 베일을 벗었다. 2011년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 씨와 중국의 인권 예술 운동가 아이 웨이웨이가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일환으로 태동시킨 광주폴리가 올해로 두 번째 오프닝 행사를 갖는다.
광주폴리 Ⅱ는 이웃 간 소통의 장이자 추억과 정이 흐르는 공간으로, 때론 혁명과 저항의 시발점이자 인문학적 담론 생산의 창구로써 동시대 삶의 현장에 스며들면서 새로운 도시 시민 문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서도호 등 예술가 참여 화려한 오프닝
국내 대표 아티스트 서도호 씨 등 걸출한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광주폴리 Ⅱ 오프닝 행사가 ‘문화 도시’ 광주에서 화려한 막을 연다.
(재)광주비엔날레(이사장 강운태)는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되는 광주폴리 Ⅱ(감독 니콜라우스 히르쉬) 8개의 작품을 완공하고 10일 개막식과 함께 11일 참여 건축가와 예술가, 건축이론가, 미학자들이 참가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광주폴리 Ⅱ 오프닝 행사에는 참여작가인 서도호 씨와 그의 동생이자 건축가 서을호 씨, 에얄 와이즈만,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의 멤버 모니카 나룰라, 잉고 니어만 등이 참석한다.
10일 열리는 광주폴리 Ⅱ 개막식은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기자 간담회, 니콜라우스 히르쉬 & 잉고 니어만의 대담 형식 특강, 오찬, 폴리투어, 공식 개막행사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폴리투어’는 오후 1시부터 렘 쿨하스의 작품 ‘투표’를 시작으로 8개의 작품을 둘러볼 예정이다. ‘투표’에 이어 ‘틈새호텔’, ‘광주천 독서실’(개막식), ‘혁명의 교차로’, ‘탐구자의 전철’, ‘기억의 상자’, ‘유네스코 화장실’, ‘포장마차’ 순이다. 오후 3시 ‘광주천 독서실’에서 열리는 공식 개막 행사는 축하공연, 강운태 광주광역시 시장 겸 (재)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의 인사말과 준공 선언 등의 식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강운태 광주광역시 시장은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도심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광주폴리 프로젝트를 추진해 올해로 두 번째를 맞았다”며 “국제적인 건축가가 도심 곳곳에 기능성과 예술성을 갖춘 소형 건축물을 세우는 프로젝트는 문화도시 광주에서 태동해 국내외로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고 밝힐 예정이다.
폴리투어에서는 각 폴리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투표’ 작품에서는 렘 쿨하스가 광주에 만든 최초의 여론조사 장이라는 의미를 살려 ‘투표 릴레이 이벤트’가 열린다. 아이 웨이웨이 작품 ‘포장마차’에서는 라이브 요리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튿날인 11일에는 폴리와 건축, 도시 문화에 대한 담론을 형성할 국제회의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3개 섹션의 컨퍼런스로 마련된다.
컨퍼런스 섹션 1(오전 10시~12시 30분)에는 이용우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의 환영사에 이어 니콜라우스 히르쉬 총감독이 폴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건축 비평가이자 콜롬비아대 건축학부 교수인 펠리시티 스콧과 2012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이었던 김선정 씨,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큐레이터이자 2014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인 조민석 씨가 참여한 발제 및 원탁회의가 마련된다.
컨퍼런스 섹션 2(오후 1시 30분~2시 45분)는 이란 전문가 하미드 다바시(컬럼비아대 교수), 예얄 와이즈만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마지막 컨퍼런스(오후 2시 45분~3시 30분)에는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와 니콜라우스 히르쉬 총감독을 비롯해 광주폴리시민협의회 위원장인 서영진 씨와 김상윤 위원이 참여한다.
● 공공공간의 잠재력 확인…베일 벗은 광주폴리 Ⅱ
광주폴리 Ⅱ는 총 9개국 8개 팀이 참여해 ‘인권과 공공공간’이라는 주제에 맞게 민주와 인권, 평화 등의 함의를 현대적인 조형 감각으로 풀어냈다. 지난 1차 광주폴리가 일제에 말살된 읍성터의 역사적 복원이었다면, 광주폴리 Ⅱ는 광주의 관문과 오늘날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 주목하면서 실용성과 기능성을 지니고 활용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광주폴리 Ⅱ는 1차 폴리가 지녔던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공 공간을 창출해내며 시민 사회를 확장해간다. 여기에 작가와 예술가, 건축가 등 다학제적 접근을 꾀한 점도 광주폴리 Ⅱ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1차 광주폴리 참여 작가가 건축가 중심이었다면 2차 광주폴리 작가는 건축가 뿐만 아니라 미술가, 소설가, 인문학자 등이 결합했다.
광주폴리 Ⅱ의 8개 작품은 제각각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건축학적·사회적 함의를 지니며 시민 사회와 소통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현대 건축의 거장 렘 쿨하스와 잉고 니어만이 만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옆 도로에 들어선 폴리 ‘투표’는 세계적 건축 거장이 광주에 만드는 최초의 여론조사의 장이자 투표소가 될 전망이다. 이 작품은 긴 가로등 형태의 배너에서 질문을 던지면 시민들은 찬성과 반대, 또는 유보 등으로 답변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원하는 답변이 적힌 통로를 통과하게 되면 카메라가 자동 인식해 집계되는 시스템의 투표소이다. 거의 모든 현안에 걸쳐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광주역 앞 교통섬에 들어선 에얄 와이즈만의 ‘혁명의 교차로’는 아랍의 오렌지혁명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원형광장이나 원형로터리에서 일어난 혁명들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투명한 원통 유리로 된 공간 안에 15인 용 원탁 테이블이 설치됐으며 인권과 인문학을 토론하는 미디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회전문 21개가 둥글게 설치돼있어 외부 어느 방향에서든 출입할 수 있다.
덴마크 3명의 아티스트 그룹인 수퍼플렉스의 ‘유네스코 화장실’은 광주 공원 입구에 있는 기존의 낡은 화장실을 철거하고, 파리 소재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화장실을 복제한 새 화장실을 설치했다. 유엔기구 가운데 인류에게 공헌도가 가장 높은 유네스코의 기능과 의미를 인권도시인 광주에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콘크리트 소재의 단순한 형태로 꾸며진 유네스코 화장실은 권력의 시민화를 지향하는 광주정신과 맞닿아 있다.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광주 도심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광주 시민과의 소통을 꾀하는 폴리도 제작돼 눈길을 끈다. 2012광주비엔날레 기간 동안 선보인 서도호의 ‘틈새호텔’은 지난 비엔날레 때 체험했던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업그레이드 됐다. ‘틈새호텔’에 들어서면 일인용 침대와 접이식 테이블 선반이 있으며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감독을 역임한 예술가 겸 건축가인 아이 웨이웨이는 1m 규모의 ‘포장마차’를 선보인다. 흔히 생각하는 한국의 포장마차와 달리 큐브식 형태로 외관에 모든 조리용품을 걸 수 있게끔 효율성과 기능성을 높였다. 이 포장마차는 광주 도심 일원을 유랑하면서 시민들을 위하여 따뜻한 음식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열린 사랑방으로 활용된다.
인도 출신 예술가 그룹인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의 ‘탐구자의 전철’은 광주 지하철 일부 구간을 강한 시각예술로 꾸민다. 내부가 자유롭게 휘갈긴 듯한 검정색 선을 시트지로 붙였으며, 영상, 빛 등이 혼합되면서 지하철을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탑승객들은 기존 LCD모니터를 통해 영상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워싱턴 흑인미술관 설계자인 영국의 젊은 건축가인 데이비드 아자예와 미국의 촉망받는 소설가인 타이에 셀라시가 만든 인권 도서관인 광주천 천변 ‘광주천 독서실’은 인문학적 지식의 공간이다. 한국의 정자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천변과 징검다리, 인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목재의 자연미를 살려 광주천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작품에서부터 프랑스의 에밀 졸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권 관련 도서 200여권을 소장하며 시민들에게 책과 휴식의 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외에 지난해 열린 광주폴리 공모전 최우수상작인 고석홍과 김미희의 작품으로 금남지하상가에 설치된 ‘기억의 상자’는 가로 38센티x세로 34센티x높이 29센티의 총 448개 소형 박스로 구성됐다. 시민들에게 분양된 메모리 상자는 광주와 광주시민들의 기억을 담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며, 일부는 일반 사물함으로 사용된다.
● 시민·전문가 참여형 열린 프로세스 의미
광주폴리 Ⅱ는 다양한 시민 참여의 방식과 채널을 열어놓았고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추진 과정에서 시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폴리시민협의회를 구성했으며, 광주폴리 운영은 시민단체가 맡으면서 민주와 인권의 정신이 담긴 광주폴리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해낸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해 8월 광주폴리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시민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폴리를 위한 시민협의회’를 구성했다. 11명의 지역 건축가, 시민, 시민단체 운동가, 학자 등의 시민협의회는 최근까지 11차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광주폴리 Ⅱ 준공이 임박해오면서 지난달에는 각계각층으로 이뤄진 ‘폴리 평가단’을 꾸려 검토 및 보완 작업을 거쳤다.
이외에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 등의 ‘폴리 프로그램 운영 파트너’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작품마다 운영할 방침이다.
‘틈새호텔’은 광주 라마다 호텔, ‘투표’는 광주 청소년 문화의 집, ‘광주천독서실’은 교육문화공동체 결, ‘탐구자의 전철’은 광주도시철도공사, ‘기억의 상자’는 광주YMCA, ‘포장마차’는 푸른길에서 운영을 맡아 다양한 활성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 ‘혁명의 교차로’는 광주인권평화재단과 협의 중이다.
특히 ‘기억의 상자’ 프로그램 운영 파트너인 광주YMCA는 고석홍과 김미희의 ‘기억의 상자’ 메모리 박스 148개를 시민들에게 지난 8월 분양했으며 이들의 추억이 담긴 물품으로 공간을 채우는 이색 기획전을 오프닝과 맞춰 선보인다. 지역 내 대안 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육문화공동체 결’은 인문학적 공간인 ‘광주천 독서실’에서 독서 토론회 등 책과 관련한 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광주 청소년 문화의 집은 ‘투표’ 작품의 전광판에 나올 질문 생산을 위한 홈페이지(www.gwangjuvote.com)및 SNS를 관리 운영한다. 시민들은 투표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질문을 제안하고 투표하면서 민주적인 방식과 소통 채널을 접하게 된다.
‘틈새호텔’도 홈페이지(www.inbetweenhotel.com)를 마련하고 첫 투숙객 모집에 나섰다. 앞으로 광주 라마다호텔이 체크 인 체크 아웃을 하며 투숙객을 관리하게 된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폴리는 획일화되고 규격화된 오늘날 도시에 건축과 예술을 통한 새로운 도시 시민 문화를 생산해내는 방법론”이라며 “또한 광주폴리는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진행형’인 인문학적 도시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보도자료 및 사진은 2013년 11월 10일부터 www.webhard.co.kr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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