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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불까지 –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의 전시들
임영택
지난 달,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드디어 개막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둘러 광주에 다녀 오신 듯 합니다. 그러나 아직 광주비엔날레에 가보시지 않으셨거나, 다녀오셨어도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전시들을 못 보신 분들 또한 많이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에서는 광주비엔날레 관련 전시부터, 창작소 자체 전시까지 다양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의 아트 폴리곤, 글라스 폴리곤, 베이스 폴리곤에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아트폴리곤에서는 비비안 수터, 김영재, 정재철 작가의 영상과 설치 작업이 전시되어 있고, 글라스 폴리곤에서는 모리 유코 작가의 키네틱 조형물이, 그 지하 베이스 폴리곤에는 앤 덕희 조던 작가의 뉴미디어 작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중 특히 앤 덕희 조던 작가의 작업은 유기체와 로봇을 결합시켜 생물과 무생물의 연관성에 집중하는 전시로, 낯선 형태의 로봇들이 묘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움직이는 눈이나 복제 뇌 등의 조형물을 통해, 비인간 존재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이 재미 요소로 다가왔다고나 할까요.
폴리곤 건물 옆의 창작소 건물에서는 호랑가시나무 작가주도 커뮤니티 워크숍 전시인 《불 불 불 불》 전시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구래연, 구혜영, 김영남을 포함하여 열 명의 작가들은 생활문화사에서 ‘불’이 인간에게 끼쳐온 영향을 조명합니다. 불은 변화, 진리, 에너지, 정화, 파괴 등의 메타포로써 인류 문명과 동행해왔는데요. 이러한 불의 역사성을 여러 가지 미술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게 본 전시의 큰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온 전시장을 은박지로 감싸서 불판 위의 은박지 같은 이미지를 자아내고, 불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까지 재현하여 정말 색다르고도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숯을 가운데 두고 앉아서 ‘불멍’을 할 수 있게 한 작업은 불의 정화 기능을 잘 드러내 주었으며, 소원을 적어 조형물 안에 넣고 기원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의 경우, 불의 제의적 기능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전시장에 라이터를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한 것도 재치있었고요.
이처럼 비엔날레 전시장과 거리가 좀 떨어진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에서도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광주에 오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이곳에도 들려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불 불 불 불》 4월 5일에 시작해서, 6월 30일까지 진행되니, 잊지 말고 꼭 들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