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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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월_조주아_미술 후원의 역사와 광주비엔날레

미술 후원의 역사1)와 광주비엔날레 

조주아 

 

오늘날 ‘예술가’로 불리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의 존재가 한때는 모두 이름 없는 직인으로만 여겨지던 시절이 있습니다. 바로 르네상스 이전 중세 시대인데요. 중세 사람들은 회화나 조각을 산수, 기하, 천문, 문법 등 몸을 놀리지 않는 정신 활동인 ‘자유학예’와 달리, ‘손재주’에 불과한 작업으로만 바라보고 지적 정신적 활동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5세기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 하면서 회화나 조각을 자유학예와 같이 인간의 지적 정신적 활동의 산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조르조 바사리,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등의 예술이론가들 덕분입니다. 이들은 각각《예술가 열전》과 《회화론》을 통해 ‘예술가artista'라는 말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인물들입니다.

 

조르조 바사리의 경우, 《예술가 열전》을 통해 미술가의 전기를 작성해 그들의 이름을 보존하였는데요. 이에 미술가들이 이름 없는 직인, 즉 익명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의 경우 《회화론》을 통해 선별적 모방 개념을 과학과 같이 일정한 원리와 가치에 연결하였는데요. 이에 원근법을 비롯한 기술 지침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회화를 수학의 개념, 즉 정신적인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회화나 조각도 수학이나 기하학과 같은 지적 정신적 활동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죠.

 

이들의 시각에 힘입어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은 이름 없는 직인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예술가의 탄생’은 오늘날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큰 산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예술가들의 존재가 사회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건,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보호자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로 ‘패트런parton’이라 불리는 인물들입니다.

 

패트런이란,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은 예술 작품의 지원뿐만 아니라 예술가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예술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패트런의 역할은 오늘날 미술사 전개에 있어 중요한 핵심이 되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메디치 가문과 스트로치 가문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예술가들의 개인 패트런으로 예술가의 활동을 여러 가지 형태로 원조했고, 이들의 문화적 취향 덕분에 이탈리아 도시 국가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패트런의 역할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확대되고 발전되면서 예술의 완성을 도왔습니다. 개인 패트런이 실질적인 지배 체제를 세우기도 전에 존재했던 15세기 피렌체의 동업자조합을 시작으로, 상인, 은행가, 군주, 추기경, 교황, 시민, 전람회, 아카데미, 화상, 화랑, 그리고 정부, 기업 등 패트런이 끼친 영향과 의미는 단순히 후원의 의미에서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예술이 가능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합니다. 만약 패트런의 후원이 없었어도 예술이 여전히 같은 형태로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예술가와 패트런의 관계는 어쩌면 예술 창작 의욕의 고취를 넘어 인간의 미적 가치 실현의 핵심적 포인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날에도 예술을 후원하는 패트런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광주비엔날레는 매년 광주신세계로부터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후원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1994년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된 이후부터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광주신세계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 행사마다 비엔날레를 지원해주고 있는 장기 후원사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위축되었던 순간에도 후원을 멈추지 않고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광주를 비롯하여 광주비엔날레가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도약하는 데 있어 많은 기여가 되고 있습니다.2)

 

올해 열리는 제 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 벌써 한 달 가량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술과 미술 후원이 미술사의 궤를 함께 했듯이,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도 비엔날레를 응원하고 후원해준 많은 사람들과 그 영광을 함께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광주비엔날레를 향해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1) 다카시나 슈지, 「예술과 패트런: 명화로 읽는 미술 후원의 역사」, 눌와

2) 광주비엔날레, 「광주신세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후원금 1억원 전달식」, 『광주비엔날레 보도자료』, 2022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