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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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월_유지현_순수예술과 디자인

순수예술과 디자인

 

 유지현

 

2023년 광주는 그 어떤 해보다도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선보이게 됩니다. 광주광역시가 발표한 ‘10대 문화체감’만 봐도 올 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이 얼마나 풍성한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중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소식은 ‘광주비엔날레의 최장기간 개최’입니다. 그동안 평균 일정도 되는 비엔날레의 기간은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4월 7일을 시작으로 7월 9일까지 총 94일에 걸쳐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긴 기간만큼이나 더 많은 관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이번 광주비엔날레와 관련하여 최장기간이라는 특징 외에도 또 다른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띄는데요. 바로 통상적으로 짝수 해에 2년 주기로 개최되었던 비엔날레가 이번 해에는 홀수 해에 개최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광주비엔날레가 짝수 해에 열리게 된 데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의 상관관계가 뒤따릅니다. 본래 두 전시는 모두 광주비엔날레 재단 하에 열렸지만, 제6회 《디자인과 더불어 신명》 이래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디자인진흥원 주최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광주비엔날레는 짝수 해에 개최되었고, 그와 달리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홀수 해에 열리는 행사로 차별화 되었죠. 두 비엔날레가 동시에 개최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광주비엔날레 행사가 2021년으로 연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가 막을 내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9월에 열릴 예정인데요. 같은 공간을 사용함과 더불어 시기조차 얼마 차이가 없는 이번 두 비엔날레는 관객에게 더욱 혼동을 일으킬 법 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차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둘은 ‘순수예술 vs 디자인’ 중심의 전시라는 측면에서 구별되는데요. 각 기관 측에서 소개된 바에 따르면 광주비엔날레는 순수예술로 미술사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목적의 전시입니다. 반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보다 더 대중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목표하고 있죠.

 

사실 오늘날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완벽히 다른 개념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도 예술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의 다양한 디자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예술은 작업자 ‘본인’에 의한 것이고 디자인은 ‘고객’의 니즈에 의해 제작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의 경우 표현의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제작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제한됩니다.1)

 

어쩌면 온전히 작업자 ‘본인’에 의해 탄생된 순수예술은 관객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객’의 니즈에 맞춰 화려한 볼거리와 체험 공간을 선사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비교했을 때 광주비엔날레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을 남기는 관객들이 많은데요. 보다 쉽게 광주비엔날레를 이해할 수 있는 팁을 드리자면,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알렸듯 이번 전시 현장에는 도슨트가 다시금 등장할 예정입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자유롭게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도슨트의 도움이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작품의 깊이 있는 내막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도슨트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없을 경우에는 핸드폰 어플을 통한 오디오가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이번 광주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3월 8일부터 한 달 동안 광주신세계백화점 1층에서 홍보관을 운영 중에 있는데요. 여유가 있다면 한번 쯤 방문하여 전시의 전체적인 흐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을 것

을 추천합니다.

 

비전문가인 관객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어렵다는 인식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지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인식에 관한 질문에 “작품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렵게 전달하는 게 문제일 수 있다. 테이트에선 큐레이터들에게 ‘전시는 9세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자꾸 생각나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는데요. 과연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지 저 또한 기대가 됩니다. 광주비엔날레의 개막이 이제는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전시가 관객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순수예술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라봅니다.

 

1)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차이에 대해서는 박겨울, 「상업 디자인과 순수 예술: 디자인과 순수 예술의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디자인리서치학회 학술대회 자료집』(1), 한국디자인리서치학회, 201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