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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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2월_정하선_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소개–과정을 들여다보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소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정하선

 

 

우리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이를 잊고 결과에만 집중하게 되기도 합니다. 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그래도 요즘은 그 중요성을 알아서 과정의 의미를 자꾸 기억하려고 하지만, 정말 과거에는 ‘결국 남는 것은 결과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제가 조금씩 바뀌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작용했을 겁니다. 물론 그간 제가 겪은 직접적 경험이 가장 컸지만, 예술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그 과정에 대해 깊이 그려보게 된 것은 도자 공예의 한 작품이 시작이었는데요.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이 수천 번 모이고 다듬어져 완전한 형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감상하고 나서부터는 작품 한 점 한 점 속에 담긴 작가의 고뇌와 인내가 보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저에게는 발표된 비엔날레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오는 참여작가와 작품들이 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그중 엄정순 작가와 김순기 작가의 세계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예술은 시각이 아닌 오감과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엄정순 작가는 예술가로서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작가는 특히 코끼리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을 사용해서 세상을 본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엄정순 작가는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코끼리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 경로 속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해왔습니다. 그 연장선에 있는 신작 <방 안의 코끼리 2023>를 이번 비엔날레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시각장애 학생들이 코끼리를 직접 만나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대상을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갔다는 과정을 떠올렸을 때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관객들이 직접 조형물을 만지고

경험해볼 수 있다는 참여형 작업이라는 점에서 개개인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더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김순기 작가는 한국 최초의 여성 비디오 작가로서 무언가를 담는 공간으로서의 비디오 예술을 보여주는데요. 작가의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개인과 세계의 만남, 이 새롭고도 독특한 경험 속에서 존재가 성립된다고 말하는 실존철학이 떠오릅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전남여고 학생들을 작품 속으로 초대했습니다. 이전부터 시인으로서 시를 쓰기도 하고 평소 작품에서도 언어와 시에 대해 자주 다루었던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에 주목합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여성 작가들의 시를 낭독하는 전남여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비디오에서 마주할 때, 저는 시를 읽는 학생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목소리를 담아 작업하는 작가는 또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보며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들을 과정부터 살펴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때, 이번 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서 이들이 어떻게 부드럽게 엮여 시너지 효과를 낼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과정 중심의 비엔날레, 함께 기대해보시죠!

 

 

참고문헌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5년 4월호)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69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