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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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9월_조주아_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과 나누는 순환적 대화: ❷ 환경과 건축의 경계

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과 나누는 순환적 대화: ❷ 환경과 건축의 경계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조주아

 

 

 

“이제는 정말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뉴스에서는 여전히 폭우로 인한 피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배형민 총감독이 앞서 발표하였던 제5차 광주폴리의 기본 계획과 방향성은 말 그대로 시의성을 관통하였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재활용 건축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5차 광주폴리는 ‘순환 폴리’라는 단어로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환 폴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볼까요?

 

 

-‘순환 폴리’라는 단어가 매우 인상 깊어요. 친환경적인 관점을 도입한다는 점에서 특히 기대가 되는데요. 그 의도와 목적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폴리는 건축의 영역입니다. 어쨌거나 작은 집을 짓는 거니까요. 그런데 폴리가 정확히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같아요. 겉보기에 아름다운 집을 짓는 일도 좋지만, 그래도 의미를 지니려면 하나의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 역할이 ‘기후변화의 의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불어 시민들이 거기서 활동을 하거나 환경 문제에 대응을 할 수 있는 참여의 기제가 되길 바라요.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니죠. 왜냐면 건축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환경과 대립하니까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행위죠. 아예 사람 사는 일 자체가 그렇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하는 사람들도 ‘건축이 기후 변화에 어떤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5차 광주폴리를 실험하는 기회로서 접근을 하기로 했어요. 그중에서 ‘순환 경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아이디어예요. 이제는 생산과 소비를 넘어 폐기를 생각하는 시대가 왔어요. 근대화 시대만 해도 폐기라는 문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이게 환경에 얼마나 큰 오염을 일으키는지 누구나 알잖아요. 그렇기에 이제는 선순환 구조라는 걸 기본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건축에 적용해 보려는 겁니다.

 

 

-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시도하시는 아이디어인가요?

사실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그동안 이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실험해온 움직임이 꽤 있었어요. 서구권 중에서는 유럽이 제일 발달되어 있고요. 그래서 이번 제5차 광주폴리에서는 건축을 통해서도 순환 경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적입니다. 기성에 있는 전통적 방법론을 최대한 배제하고 다소 실험적이지만 순환적인 재활용 방법론을 사용해 건축하는 거죠.

 

 

-그렇군요. 방금 서구권에서는 꽤 실험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국내에서는 친환경적인 건축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나요?

전혀 없지는 않아요. 부분적으로는 친환경 방법을 많이 사용하죠. 건설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수급해 이를 건축에 재활용하는 사례가 있어요. 그러나 체계적이지는 못해요. 다소 제한적이죠. 그러니까 제5차 광주폴리라는 홍보 매커니즘을 이용해 재활용 방법론을 통한 건축을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죠.

 

 

-그렇다면 이번에 감독님께서 적용하시려는 ‘재활용 방법론’은 어떤 것들인가요?


우선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전통적인 흙을 이용한 건축이 있어요. 그야말로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은 기법이에요. 다만 이게 산업화가 되어 있지는 않죠.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흙을 이용한 건축이 우리나라에서 꽤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하우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어요. 특히 목포대학교에 전문가가 계시거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공예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공예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환경친화적이에요. 옻칠, 천연 염색, 대나무, 한지... 모두 친환경 재료죠. 다만 방법도 산업화가 되지 않았고, 또 비싼 재료들이죠. 그래서 제5차 광주폴리에서는 친환경 재료를 어떻게 산업화하고, 또 경제적으로 건축과 실내 환경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콘크리트도 사용합니다. 재활용 방법론에서 콘크리트를 사용한다니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우리나라 건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가 콘크리트입니다. 그리고 가장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재료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축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다만 콘크리트를 잘 만들어 오래 사용한다면 이 또한 환경적으로 좋은 태도가 돼요. 사실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일 자체보다 집을 너무 쉽게 짓고 빠르게 부숴버리는 게 근본적인 문제예요. 아마 세계적으로 건물 순환이 가장 빠른 나라를 꼽으라면 우리나라일겁니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멀쩡한 건물을 부숴버리죠. 그런데 멀쩡한 건물들은 계속 쓰는 게 맞거든요. 그러니까 콘크리트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재료긴 하지만, 오래 사용한다면 환경에 괜찮은 거예요. 애초에 수백 년 동안 쓸 수 있는 재료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5차 광주폴리에서는 콘크리트에 들어갈 재료들을 실험하려고 해요. 석회가루를 조개껍질이나 굴껍질로 대체하는 거죠. 원래 석회가루에는 유기물이 있어서 가열을 굉장히 오래 해야 하는데, 이걸 가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이번에 참여하는 큐레이터 동료 중에서는 이미 실험한 분도 계세요.

 

 

-이야기만 듣는다면 굉장히 어려운 작업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 재미있어 해요. 굉장히 바쁜 세계적 건축가들도 마찬가지고요. 왜냐하면 그들은 알거든요. 갈수록 환경친화적인 방법을 이용한 건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래서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특히 참여하는 걸 원해요.

 

 

-맞아요. 저만해도 공예 재료를 건축 재료로 전환하는 시도가 정말 흥미롭게 느껴지거든요. 전문가라면 더욱 다르겠죠?

 

그럼요. 또 동양의 전통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아름답잖아요. 외국 건축가들은 더 매료되어 있어요. 한국 전통 재료를 이용해 건축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하면 너도 나도 하고 싶어 하죠. (웃음)

 

 

- 제5차 광주폴리의 참여 작가들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선 국내 건축가 중에서는 환경친화적인 건축에 오래도록 관심을 가진 분들, 경험이 있는 분들을 모시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목조건축에 집중하신 수준 높은 건축가분들의 섭외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리고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해외 건축가로 런던의 어셈블 스튜디오(Assemble Studio)라고 있어요. 2015년에 터너상(Turner Prize)을 수상한 그룹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건축 실천 형식을 만들어내고, 재활용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하는 지역 기반 작가들이에요. 또 남프랑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뜰리에 루마(Atelier LUMA)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건축보다는 실내, 가구, 내장재, 인테리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데에요. 이들이 팀이 되어 광주폴리에 들어올 걸로 예상하고 있어요. 혹여나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 “각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이 광주에서 활동을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느냐?”라는 질문이요. 그들은 아마도 광주 지역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산업과 재료를 이용해 그들만의 활동 양식을 전개할 거에요. 그들만의 노하우, 지식, 능력이 공유된다는 건 우리로서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에요.

우리도 광주 지역만의 재료와 양식을 그들에게 공유하고요. 이게 해외 건축가들을 초빙하는 이유이죠. 그들 또한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의 것을 통해 그들의 방법론을 시도한다는 점에서요. 또 광주 지역 자체가 정말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도시이다 보니, 참여하고 싶은 지역 장인들도 모셔서 함께 하려고 해요.

 


-광주라는 도시가 가지는 정체성도 건축에 영향을 끼칠 거 같아요. 감독님께 광주는 어떤 도시인가요?

 

광주 입장에서 저는 외지인이에요. 연고가 있는 사람은 아니죠. 그래서 광주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광주가 참 다정한 곳이라고 느껴요. 광주 사람들이 대부분 저를 반겨주더라고요. (웃음) 소통도 잘 되고요. 그래서인지 광주라는 도시가 확실히 어떤 문화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제5차 광주폴리는 광주의 개방적인 면모를 긍정적으로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해요.

 


-굉장한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그래서인지 이번 제5차 광주폴리에서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하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사실 건축은 전문적인 영역이에요. 시민들은 건물이 완공된 후 관계를 가지죠. 그러나 이번 폴리에서는 순환 경제가 하나의 이슈인 만큼 시민과 함께 하는 폴리가 되었으면 해요. 우선 집이 완공된 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모두 할 거고요. 사실 정말 하고 싶은 건 집 자체를 시민들과 함께 짓는 거예요. 재료를 모으고 가공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실험들이 있을 텐데, 어려운 과정도 있지만 쉬운 과정도 분명 있거든요. 그래서 아시아문화전당과 협업하여 건물의 재료를 같이 만들어보고, 될 수 있는 데까지는 함께 설치해 보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나도 폴리에 참여했다는 소속감과 소유의식을 지니게 된다면 폴리가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순환 경제와 재활용 방법론의 의미를 더욱 극대화할 거고요. 사실 우리가 집에서 쓰다 남은 플라스틱, 빈병 스티로폼들을 분리수거해서 버릴 때 이미 재활용에 참여하고 있는 건데, 이게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다 보니까 와닿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쓰다 버린 물건이 건축을 하는데 쓰일 거야.”라는 걸 인식하게 만들고, 이런 순환의 흐름이 각자의 삶에 긍정적으로 들어가길 바라요.

 

 

-저도 꼭 참여하고 싶어지네요. (웃음) 환경과 건축의 경계가 긍정적으로 이어질 걸로 예상이 돼요.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예술적 영역에 대해서 묻고자 합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감독님께서는 친환경적인 가치와 예술적인 가치 중 무엇을 더 중시하시는지 궁금해요.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 있을까요?

 

괜찮아요. 전혀 어렵지 않아요. (웃음) 왜냐하면 저는 두 가지가 상반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혹시 상반된다고 해도 어디를 골라야 할까요. 저는 당연히 환경적인 거라 봐요. 어려운 질문이 아닌 게, 저는 예술의 패러다임이 이미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예술의 가치, 즉 “왜 예술을 왜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시대마다 완전히 달라요. 오늘날 예술가들의 고민이 환경과 상반되는 상황이라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예요. 그 예술은 하면 안 되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술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것이란 기본적으로 그 사회와 충돌하거나 갈등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현대미술의 기본적인 태도이기도 해요. 예술이라면 현재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해요. 예쁘고 멋지기만 한 건 더 이상 예술이 아니에요. 물론 그런 예술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예술의 역할은 아니라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은 언제나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에 있었어요. 불편하게 만든다는 건 질문을 던진다는 거예요. “지금 네가 생각하는 게 정말 맞는 거야?”라는 질문이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환경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필요할 때예요.

 

 

-그렇군요. 저는 이번 폴리에 친환경적인 관점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 부분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더 큰 의미가 있네요. 예술적 가치를 스스로 묻고 또 생각하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점이요.

 

그럼요. 특히 광주폴리는 일반적인 건축이 아니니까요. 이걸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건 감독, 건축가, 큐레이터들의 몫인데, 그런 면에서 제겐 아주 소중하고 영광스러운 기회죠. 건축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요. 그래서 저를 비롯해 많은 관계자들이 약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작가들이 다 참여하고 싶어 해서요. (웃음)

이번 제5차 광주 폴리를 통해서 건축과 환경의 관계가 새로 설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실제로 시민들이 체험하면서 건축, 환경, 사회, 예술을 모두 지닌 폴리의 진정한 의미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이 참여하는 광주폴리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2013년부터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재)광주비엔날레가 추진해오고 있는 공공건축·예술 프로젝트입니다. 약 10여 년의 기간 동안 제4차 광주폴리까지 이어지면서 벌써 도심에 31개의 광주폴리가 광주 전역에 세워진 상태고, 어느덧 제5차 광주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광주폴리는 도시 풍경에 문화적이면서 예술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건 물론이고 세계 문화 산업을 이끄는 길로도 자리매김하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기후 위기에 맞서 새로운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회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변화와 위기의 시대, 그리고 문화와 환경의 공존. 배형민 총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친환경과 미술의 관계는 물론이고, 환경을 위해 스스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폭우로 인한 피해는 복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셨나요? 잔잔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셨나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는 현실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안부 인사가 공존하고 있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전하는 이 말이 과거형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코로나 조심하시고 폭우 피해 없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