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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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8월_조주아_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과 나누는 순환적 대화: ❶ 기후위기의 현주소

배형민 5차 광주폴리 총감독과 나누는 순환적 대화

기후위기의 현주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조주아  

 

 

지난 88, 수도권 지역에서 시작된 폭우는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을 물에 잠기도록 했었습니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 하루 동안 내린 폭우는 381.5로 서울에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05년 만에 최고 기록이었다고 하죠. 3일이 지나고 인터뷰를 하러 밖으로 나서는 길에도 폭우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감기 조심하세요.’ 라는 안부가 코로나 조심하세요.’라는 말로 변하고, ‘비 내리니 우산 꼭 챙기세요.’라는 다정함이 폭우 피해 없으셨길 바랍니다.’라는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들을 마주하는 나날이 이어지는 요즘은 환경 변화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니라 먼저 오는 미래라는 사실을 점점 체감하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오늘 만날 인터뷰 주인공에게도 폭우 피해 없으시길 바라며, 별 일 없으시면 내일 오후 3시에 뵙겠습니다.’라는 안부 문자를 괜스레 보내게 되었답니다.

 

서울에서 만난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5차 광주폴리 총감독도 이번 폭우 피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앞서 그는 727일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순환 폴리라는 주제성과 함께 세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제5차 광주폴리의 방향성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작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를 기획하며 기후 변화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루어 ‘2021 레드닷 디자인 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인물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이한 지금, 미술계는 현재 인류세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 제5차 광주폴리 역시 인류의 과제인 기후 위기를 건축으로 풀어볼 계획에 있습니다. 배형민 총감독의 계획을 들어보기에 앞서, 그가 생각하는 기후 철학의 이야기를 먼저 함께 살펴볼까요?

 

 

 -실제로 불과 이틀 전만해도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어요. 날이 갈수록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되는 현상이 계속 생겨나 경각심을 가지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언제 처음으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본격적인 관심은 전시 기획자로 활동을 하면서 생겼어요. 원래 저는 건축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환경과는 거리가 멀죠. 그러나 모든 건축 역사가, 비평가, 큐레이터가 그렇듯이 학자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나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와요. 11년 전 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었던 경험이나, 8년 전 14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남북한 건축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 경험이 제 인식의 전환을 깨워주었던 첫걸음이었던 것 같아요. 해당 전시를 통해 수석큐레이터와 황금사자상 수상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까지 얻기도 했고요. 이후 큐레이터로서 이름도 알리고, 국내외에서 전시 기획을 할 기회도 아주 많아졌어요. 그러다 5년 전 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총감독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기후위기를 다루게 되었어요.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긴 했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이슈와 함께 도시 문제까지 함께 다루어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에요. 전시라는 게 그래요. 제가 학자로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까지 다룰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제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작가, 디자이너, 건축가, 비평가와 같은 탁월한 협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하면 주제에 대한 전문성이 생겨요. 그게 큐레이터의 역할이죠. 기후위기도 그 중 하나에요.

 

-작년에 기획하신 전시도 그렇고, 꾸준히 기후위기를 주제로 다루시려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 세대만 해도 기후위기라는 건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문제였어요. 우리나라 분위기 자체가 기후위기보다는 근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니까요. 사회, 경제, 주거, 인구에 대한 과제들이 먼저였고, 기후 변화는 생각도 못할 문제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와 기업은 1980년대부터 이미 기후 변화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어요.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닥칠 위기 상황이 우리가 볼 현실로 이어진다는 점을요.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위기를 정말 현실로 보고 있어요. 전시를 위해 공부하면 할수록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광범위한지 느껴요. 우리가 살아온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문제라는 걸 점점 체감하고 있어요. 특히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정말 허탈감을 많이 느끼죠.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요. 개인이 할 일이 없다는 걸요. 집단까지 가더라도 그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큐레이터니까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봐요. 제가 참여하는 일이 어쩌면 매우 미미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전시 기획자이자 한 시민으로서 제5차 광주폴리를 통해 방법을 찾아가는 기회를 얻은 만큼, 시민들도 환경에 대한 의미와 의지를 갖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죠.

 

-모든 개인이 환경 문제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 기회를 말하시는 건가요?

. 다만 기후위기가 개인에게 죄의식을 줘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본적으로 국가정책, 기업정책으로 변해나가야죠. 개인이 아니라 집단, 즉 공동체가 주도하는 건강한 대응이 필요해요. 물론 개인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은 합니다. 다만 조금 더 정치적인 의지로 나오길 바라죠. 시민들의 의지로부터 관심이 하나둘 모이는 것이 시작이라고 봅니다. 가령 우리에겐 투표권이 있잖아요. 지역 후보가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만들어낸 기업이나 공동체가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기후위기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요?

사실 이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기후위기 상황이 전 세계 곳곳에 벌어지고 있어요. 지금 인터뷰하는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코로나와 폭우 피해가 공존하고 있죠. 이번 폭우가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라고 하죠? 그런데 이젠 그러지 않을 거예요. 백 년만의 폭우, 오십 년만의 폭우, 십 년만의 폭우점점 그 주기가 짧아지다 못해 일상화 되겠죠. 또 우리는 폭우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가뭄 때문에 난리도 아니죠. 이렇듯 아이러니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질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더욱 기후위기를 외면한다면 상황은 더 극도로 심각해질 거예요. 특히 기후 변화는 사회 위기와 마찬가지로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당해요. 그리고 이를 대응하는 방식도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소외되는 방법으로 진행되곤 해요.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가 정말 어려운 거예요.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게 얽혀 있으니까요. 그만큼 심각한 이슈라는 말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정말 근본적인 사회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라는 지점에서 이번 제5차 광주폴리는 의미를 지닐 것 같아요. 순환경제를 중심으로 재활용 건축을 실현하신다고요.

맞아요. 건축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해요. 집을 짓는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건축이라는 행위를 영원히 환경과 대립하게 두어서는 안돼요. 그래서 건축과 환경의 관계가 새롭게 설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광주 5차 폴리를 통해 제시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런 건 일상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광주폴리는 태생적으로 실험적인 건축 행위를 선보이는 작업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저로서는 아주 귀한 기회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첫걸음이 될 기회이기도 하고요. (웃음)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배형민 총감독은 환경 친화적인 건축 재료와 시스템을 제5차 광주폴리에 도입하여 세계 기후 위기에 대한 실천을 주제의 방향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 동안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30여 개의 기존 폴리 작품들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연계를 통한 광주폴리 둘레길 조성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모순적 관계에 있는 건축과 환경이 어떻게 그 경계를 허물고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먼저 오는 미래로 기후 변화를 체감하는 오늘날, 다시 한 번 변화를 변화시킬 배형민 총감독의 건축 철학이 더욱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의 재활용 방법론 및 제5차 광주폴리의 방향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광주비엔날레 9월호 뉴스레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