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D-
제목8월_유지현_제14회 광주비엔날레 EIP를 말하다 (a.k.a. 강문식 디자이너 인터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EIP를 말하다 

(a.k.a. 강문식 디자이너 인터뷰)

 

by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유지현

 

 

14회 광주비엔날레 EIP가 발표되었습니다. EIP가 전시의 얼굴인만큼 내년 행사의 EIP를 궁금해 하셨던 분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언급했듯 EIP는 전시주제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들로 구성된 시각매체입니다. 단연 행사에 큰 역할을 수행합니다. 광주비엔날레 EIP(Event Identity Program)에 관한 연구1)에 따르면 EIP는 전체 행사 즉, 전시에 대한 시각이미지를 하나로 통일시켜 행사참여의 소속감을 증대시킵니다. 또 주최자의 목표수행을 위한 전략적 지침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디자인적으로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개념도 시각정보 전달로서 이미지의 통일화에 따른 필요성으로 제기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통일성의 효과는 해당 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디자인 그 자체로 미적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국내의 비엔날레들은 EIP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죠. 잘 만든 EIP 하나가 전시 참여자 범위를 넓혀 더 많은 관객을 이끌고 나아가 지역문화를 번영시킵니다. 이렇듯 EIP는 그 자체로 굉장한 기능과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3년 광주비엔날레의 EIP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특별히 뉴스레터를 위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EIP를 제작한 강문식 디자이너님께서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이번 EIP와 디자이너님에 관한 여러분의 궁금증이 해소되길 바랍니다.

 

?14? ?????? ???.jpg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Q1. 14회 광주비엔날레를 대표하는 EIP가 발표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랫동안 묵혀왔던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후련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마무리해야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됩니다.

 

 

Q2. EIP 발표 기사에도 소개되었듯 현재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활약 중이신데요. 디자인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으신가요?

 

저는 스스로 그렇게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대표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표성을 띠기 때문에 보다는 아무래도 제가 가진 특정 부분 때문에 선택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만의 특별한 방법론이나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대단하지 않은 것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조합해서 필요한 데 활용할 수 있게끔 생산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 하는 편입니다.

 

 

Q3. 이숙경 예술감독님과 지속적인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EIP가 완성되었습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의견을 조율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감독님과 저의 둘 만의 대화 과정이라기보다는 그 중간에 큐레이터님이 한 분 계셨고, 재단 등 여러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피드백을 잘 전달해 주셔서 제가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하면서 공유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안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잘 짚어 맥락을 만들어 주셔서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Q4. 타이포그래피에 물의 충만함과 말라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 독특한데요. 물의 속성에 관한 표현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우선 가장 피하려고 했던 게 물이라는 형태적 속성이 글자나 디자인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현미경으로 물을 관찰했을 때 나오는 다양한 것들이 뒤섞인 형태에 집중했습니다. 광주에 가서 강물을 떠온 뒤 현미경으로 관찰해보고, 거기서 나온 다양한 형태적인 재미를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자연적으로 발생시키고 확산되도록 시도했습니다.

 

원래는 물 안에 한 번 담갔다 뺐을 때 묻어나는 형태들처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퍼져 있는 것들을 계획했었는데요. 그것이 오히려 번잡하게 보일 수 있다 생각이 들어서 글자에 좀 더 형태를 녹여내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감독님께서 물과 시간적 속성에 대해 말씀 해 주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물이라고 해서 곡선의 유연한 모습만을 그리지 않고 글자에 물이 많이 차있는 형태와 말라진 형태, 이 두 가지를 조합해 처음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2차 개발 때는 해상도 조절을 3단계로 두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해상도 즉, 깨져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에 단계를 두어 높낮이라고 설정을 했어요. 그래서 시간적인 흐름에 높낮이까지 다층적인 관점을 글자에 부여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 중 하나로 글자가 물방울 형태로 먹어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요. 물이 마르고 충만한 것, 높낮이에 이 개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물방울이 오랫동안 돌에 떨어지면 그 돌에 모양이 생기는데요. 이처럼 부드러운 형태가 단단해 보이는 글자를 관통하는, 어떤 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고 보일 수 있는 속성들을 중간 중간에 넣었어요. 한눈에 봤을 때 물이라 캐치하기는 어렵지만 물이 가진 이러한 속성을 형태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5. 흔히 물이라 하면 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와 반대로 배경에 어두운 톤의 색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먹물이 퍼져 나가는듯한 형상을 표현하셨는데 이것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나요?

 

같지만 조금 다른 물의 속성을 보여주고자 했는데요. 배경은 좀 더 색에 관한 이야기예요. 해상도나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광주라는 도시의 속성, 그리고 높낮이에 따라 국가, 도시, 광주 시민으로까지 거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이런 것을 얘기했다면, 배경은 먹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잉크를 떨어뜨렸을 때 퍼져 나가면서 옅어지고 밝아지는 농담으로만 한 것이 아니고, 거기에 다양한 한국의 색으로 밝은 색채의 조합들을 만들었어요. 경쾌하고 발랄한 색들을 모두 모아놓은 색이 메인 포스터 배경의 어두운 세계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앞으로 EIP 디자인으로 진행될 때, 색이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옅어지듯 점점 밝은 색들이 도시에 퍼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만든 것이고요. 처음 보여드린 이 EIP의 어두운 배경은 그 시작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6. 많은 요소가 모여 주제를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 한 것이 인상 깊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작업에서 가장 신경 썼던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비엔날레는 미술 행사가 특정 미술인이나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 나아가 누구나 와서 쉽게 관람할 수 있고 기술을 통해 많은 생각을 얻어갈 수 있게 하는 행사입니다. 따라서 너무 독특하거나 편협한 그래픽으로 일부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고 저도 점차 디자인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조금씩 스며드는 물처럼 이 디자인도 소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 번에 와 닿는 파도 같은 게 아닌 도시를 거닐며 시각적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디자이너로서 도전적인 요소들을 글자에 많이 녹여내려고 했는데요. 이 두 가지 부분을 아우를 수 있는 중간점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Q7. 광주비엔날레 EIP를 포함해 그동안 다방면에서 인상적인 디자인들을 창작해 오셨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디자인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조언 부탁드려요.

 

감히 그런 말씀을 드릴만한 게 많지 않지만, 이걸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덧대어 얘기하자면 사실 결과적으로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그 과정이 저에게는 꽤 길고 복잡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주제가 노자의 도덕경에서 나온 글귀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고 찾기도 했었고, 직접 광주에 내려가 도시의 분위기를 보려 했어요. 그 다음에 거기서 채취한 물을 현미경으로 관찰도 해봤었고, 이것들을 위해 한국의 색에 대해 더 공부하고 찾아보기도 했고, 그리고 추상적인 물의 속성, 농담이 번지는 것들을 어떻게 디자인이나 개념에 녹여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저한테는 자기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고 무언가 실행해보며 자료를 찾거나 실제로 가서 구경하며 분위기도 느끼고, 그 요소에 대해 조사해보고 기록도 하고, 개념적인 것들을 생각하면서 이들의 접점을 찾고, 실무적으로는 일을 맡긴 클라이언트와 얘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이게 굉장히 복합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좋은 작품, 레퍼런스를 보며 특정한 영감을 얻는 방법보다는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나오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계속 생각하면 그게 형태적으로, 개념적으로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8. 강문식 디자이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제가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무얼 하든지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재미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히 어떤 부분을 지향하거나 앞으로 나의 행보는 이럴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고 제가 원래 하던 대로 계속 다양한 분야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작업을 해나갈 것 같고요. 어느 지점에서 특별하진 않아도 제가 아직 안 해봤던 것들을 찾아서 진행하고 싶어요.

 

 

Q9. 마지막으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향한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큰 행사다 보니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계획한 대로 진행이 됐으면 좋겠고요. 아직 디자인이 완료가 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생각했던 은은하게 스며드는 물처럼 굉장히 강렬한 임팩트가 아니어도 잔잔하게 인상 속에 남았으면 좋겠고, 그게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데 있어서 방해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역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1) 노만섭, 광주비엔날레 EIP(Event Identity Program)에 관한 연구, 전남대학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