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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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5월_유지현_따끈따끈한 신상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한 장에 담다

따끈따끈한 신상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한 장에 담다

 

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유지현

 

아침 일찍 빵집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부지런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빵집에 들어서면 갓 구워낸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따뜻한 빵이 코를 자극하듯 새로운 전시회가 궁금한 관객들의 시각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요소가 있죠. 바로 Event Identity Program, 줄여서 EIP입니다.

전시기획에서 주제를 설정하는 단계는 매우 중요한데요. 주제에 따라 적합한 작품이 선택되고 전시회가 구체화 되는 것처럼 EIP가 만들어질 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전시주제입니다. 그래서 EIP는 전시주제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심볼마크, 로고, 포스터 등 다양한 시각매체로 표현되죠.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빵을 사는 것처럼 매력적인 EIP를 통해 흥미를 느낀 관객들은 전시를 보러갑니다. 마치 당신을 위한 새로운 전시가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전시의 시작은 EIP가 공개된 시점부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비엔날레 또한 매 회마다 전시주제가 담긴 EIP를 선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포스터는 단 한 면의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이번달 뉴스레터에서는 광주비엔날레 역대 포스터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EIP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을 사로잡은 포스터는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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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가장 최근 개최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입니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눈을 표현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여기서 눈은 바로 위 그래픽 형상과 함께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해요. 색이 중첩된 이 형상은 하늘, , 태양, 산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색과 선, 면으로 표현되었지만 형상이 마치 발을 딛고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전시주제처럼 포스터에서도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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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상상된 경계들

우리 삶에는 수많은 경계가 존재하죠. 정치, 경제를 넘어 때로는 개인적 차원에서도 세대, 감정의 경계가 나타납니다.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에 맞게 경계에 중점을 두어 시각화했는데요. 중앙을 기점으로 나뉜 보색 대비의 화면이 주제를 더욱 확연하게 드러냅니다. 사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배치된 도형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요. 사람의 옆모습과 떠오르는 태양처럼 보이는 둥근 원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보는 저 너머 경계의 풍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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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터전을 불태우라

강렬한 타이포그래피가 인상적인 디자인입니다. 추상적인 기호로 표현한 다른 포스터들과 달리 주제를 부각한 선명한 글자가 마음을 동요시키는 듯해요. 특히 불을 떠올리는 주황색이 전시주제를 직접적으로 나타냅니다. 꽤 오래전 포스터이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요소를 지니고 있어요. 해당 서체는 과거에 정치, 사회적인 슬로건에 사용된 글자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새로움을 향해 저항하고 도전해 나아가던 현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단순명료한 포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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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열풍 변주곡

열풍은 사전적으로 거세게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세찬 기운 또는 기세를 말하기도 합니다. 전시주제어인 열풍 또한 후자의 의미를 담고 있죠. 특히나 이 열풍은 아시아 권역에 나타난 문화적 열풍을 말합니다. 딱딱한 선이 아닌 붓글씨처럼 표현한 막대에서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주황색은 팽창과 확장에 의한 역동성을 상징하는데요. 유사한 색상을 사용한 2014년 터전을 불태우라 포스터와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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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먼지와 물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듯하지만 동양적 사유의 담론에서 먼지는 소멸을 말하고 물은 생명을 의미합니다. 가운데 길쭉한 심볼은 이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데요. 왼쪽 붉은색 직선형은 먼지, 오른쪽 곡선형은 물을 상징합니다. 서로 교차된 형태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먼지와 물이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지금까지 저의 취향이 담긴 광주비엔날레 포스터를 살펴봤는데요. 각 전시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기획하고 제작한 모든 분들의 노고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EIP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광주비엔날레를 찾는 것 아닐까요? 그 외에 더 많은 디자인이 보고 싶다면 광주비엔날레(www.gwangjubiennale.org) 아카이브를 확인하세요.

 

 

참고문헌:

노만섭, 광주비엔날레 EIP(Event Identity Program)에 관한 연구, 전남대학교, 2007

 

참고자료:

광주비엔날레 EIP 보도자료

(www.gwangjubiennale.org/gb/newsCH/news.do)

 

포스터 출처:

광주비엔날레 아카이브

(www.gwangjubiennale.org/gb/archive/past/04.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