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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에서 ‘물멍’
: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발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임영택
사람들은 더우면 여름에 계곡물에서 쉬기도 하고, 겨울에도 바닷가를 찾아 파도의 일렁임을 보며 힐링을 하죠. 공장에서는 단단한 금속을 절단하기 위해 고압의 물을 활용하기도 하고, 한 줄기 물로 잇몸을 쏴 잇몸의 청결 유지를 돕는 워터픽이란 도구도 점점 흔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물질인 동시에, 생명에겐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매우 부드럽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갖기도 하죠. 내년에 개최될 광주비엔날레도 ‘물’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을 듯합니다.
얼마 전, 제 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로, 영어로는 ‘Soft and weak like water’라고 합니다. 이 표현은 도덕경의 ‘유약어수(柔弱於水)’라는 성어에서 빌려온 말이라고 해요. 물은 아주 부드럽고 여린 것이지만, 바위도 뚫고, 철도 녹슬어 허물어지게 만드는, 그런 강한 힘이 있음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14회 광주 비엔날레는 물의 이러한 속성들에 주목하여, 물이 가진 부드러움과 회복력, 강함과 회복력들을 통해 세계적 위기를 미술을 통해 극복하자는 은유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하겠다”는 이숙경 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내년 행사는 이 시대의 예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지난호에서 설명드렸던 ‘행성적 얽힘’과 다시 연결되는 듯 합니다. 이 행성의 7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물이며, 물은 정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물질이기도 하니까요.
다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만 보아도,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초여름에 산 중턱 계곡에 걸터 앉아, 흐르는 부드러운 물줄기를 내려다보는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요새는 ‘불멍’이니, ‘풀멍’이니 하지만, 역시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물멍’이 아닌가 싶고요. 내년 상반기는 계곡이나 바다에 가서 물멍을 하는 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에서, 그곳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물멍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 각지에서 흘러 들어온 미술 작품들이 또 어디로 흘러갈지,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생기는 파문들이 서로 어떻게 공명하고 영향을 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큰 기대가 됩니다. 이 특별한 물멍을, 저 혼자가 아닌, 다른 여러 관객 분들과 함께 즐기고 싶네요. 아마 그때쯤이면 코로나 상황도 더욱 완화되고, 전시장 내에서 마스크도 쓸 필요가 없겠죠. 친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비엔날레의 물줄기를 바라보는 시간이 빨리 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