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대상
‘만인보(10,000 Lives)’를 주제로 내건 제8회 광주비엔날레는 이미지들로 얽혀진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작업으로 진행된다. 참여작품은 지난 1901년부터 올해까지 활동한 31개국 134명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일부는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신작들도 포함돼 있다. 전시는 많은 예술작품들과 문화 창작품들로 구성돼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임시 박물관으로 설정될 전망이다. 전시장 안에서는 다양한 인물들과 상징물들, 얼굴들과 가면들, 우상들과 인형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기묘한 전시목록을 구성하게 된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전시는 특별히 인물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영역의 미디어 작품을 망라하여 사람들의 이미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끌어들여 보여줄 것이다.
그 집착의 대상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내는 대체물과 모형들, 아바타들, 그리고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도 포함한다. 지오니 감독은 “예술의 역사는 대부분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것이거나, 신체를 응시하는 시선, 또는 우리 자신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으로 창조된 대상이나 인물들에 관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고대 신화로부터 이미지들이 연인의 그림자를 표현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지들은 유년기에 대한 향수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 주며,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나는 아이콘 숭배의 병이 지속되는 상태, 이미지들에 대한 광적인 탐닉 등을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탐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의 제목(주제)은 고은 시인의 30권에 이르는 서사시 ‘만인보(10,000 Lives)’를 차용하였다.
고은 시인은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된 바 있다. 그는 독방생활을 하며 온전한 지각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그의 전 생애를 통해 자신이 만났던 모든 개개인들을 묘사한 시를 써내고자 결심하였다. 그의 시는 역사속의 인물은 물론 문학 속의 가공의 인물들도 포함하고 있다. 석방과 함께 그는 3천800편의 시를 저작하기 시작했고, 그 시들이 바로 연작시 ‘만인보’를 구성하고 있다. ‘만인보’는 개개인들의 인류애의 백과사전이자 그의 대표작이다.
가족 앨범을 펼치는 것처럼 제8회 광주비엔날레는 보살핌의 현장으로서, 생존 수단으로서의 이미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이미지들이 어떻게 조작되어지고, 순환되어지며, 훔쳐가고, 교환되는지를 관찰할 것이다. 전시는 수많은 삶의 모습들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미지 파워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고자 한다.
▶ 이미지 박물관 : 이미지의 창조와 제시라는 큰 틀 안에 이미지가 어떻게 생성되고, 창조되는가, 이미지 앞에서 자신을 어떻게 제시하는가에 관한 접근을 여러 매체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 또한 이미지를 창조해 내고 관점을 만들어내는 신체기관으로서의 눈의 기능을 전시장 전반에 걸쳐 상기시키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기념비 작업(퍼포먼스) 및 관객참여 작품, 널리 알려진 이미지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하거나 초대형으로 제작된 하이퍼 리얼리즘 형식의 자화상, 이미지를 만드는 기기와 시각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장치, 시각적 연관성과 연상 작용을 창조해내는 주체의 작업, 진품과 차용 사이의 관계에 관한 작품을 폭넓게 보여주었다.
▶ 시각의 기제탐구 : 광학적 환영과 초과학적인 상상을 통한 시각의 기제 탐구를 위해 토바 아우어바흐, 토마스 바이를레, 브리짓 라일리, 폴샤리츠, 스탠 밴더비크와 양혜규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각적 경험이 우리의 눈과 신체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분석, 이를 통해 인간이 이미지들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통시키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오늘날 예술가들과 이미지 생산자들은 심각할 정도로 이미지의 수용과 소비에 심취해 있다는 측면에서 한스 피터 펠드만이나 신로 오타케, 세스 프라이스 및 다른 많은 작가들은 발견된 이미지들과 시각문화의 단편들을 수집하고 체계화 하였다.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를 구분하는 간극이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지는 가운데, 이들은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들이 조직되고 배포되는지를 고찰하였다.
▶ 신화창조 이미지탐구 : 영웅들과 순교자들의 표상을 다루는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여 신화를 창조하는 이미지들을 탐구, 전쟁과 압제를 증언하고 그 희생자들의 기억을 보존하는 전시이다.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는 1965년에서 1978년 사이에 학생들과 예술가들, 쓰촨 미술학교의 교수들, 전업 작가들, 그리고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예술과 정치, 그리고 집단주의적 신념에 대한 예술적 결정체를 제시하여, 교육을 주창하고 혁명을 선동하는 이미지의 힘을 보여주었다. 최병수가 그린 <이한열 열사의 영정초상화>는 운집한 추모객들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었고, 이제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이미지의 힘의 증거로 남아 있다.
▶ 종교적 우상 또는 형상 : 애정(affections)의 대상으로서 이미지, 변화하는 대상(transitional objects)으로서 이미지를 주로 다루었다. 주요 작으로는 큐레이터이자 컬렉터인 이데사 헨델레스의 <파트너스-테디 베어 프로젝트>로서, 테디 베어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3천여 장이 넘는 사진들을 모은 일종의 아카이브 같은 작품이다. 또한 전통상여의 부속물인 꼭두를 전시함으로서, 이미지를 향수(鄕愁)의 반향으로 드러내었다. 전체적으로는 자가 번식능력으로 대량 증식하고 추종자를 끌어 모으는 이미지의 힘을 보여주는 전시를 구성하면서 이미지에 대한 애정과 그것들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감추고 있음을 보여준 전시이다.
▶ 언캐니 세션(변화와 변형, 창조적 재해석 요소) : 존 드 안들레아, 베를린데 더브라위케러, 두에인 핸슨, 제프 쿤스, 브루스 나우먼, 오윤 등이 제작한 실물 크기의 채색 조각들로 구성된 전시로 인간을 이상화 하거나 사실적으로 복제시킨 극사실주의 인물상들로 구성되었다. 마이크 켈리의 1993년 전시 <언캐니 Uncanny>전을 부분적으로 재현하고, 변화와 변형, 창조적인 재해석의 요소들을 새롭게 소개하여 <언캐니> 전시의 경계를 보다 확장시켜 아시아와 동양의 새로운 작품들과 작가들 및 문화적 오브제들을 보여주었다.
▶ 영화와 텔레비전 구조에 대한 독특한 관점 : 영화와 텔레비전의 구조에 대한 특이한 관점을 보여준 전시다. 광주시 현역 영화관 포스터 화가인 박태규의 영화간판 그림들은 한국 영화사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저우샤오후의 비디오 설치물은 근로자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부조리한 상황 묘사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와 전도된 사회적 가치를 코믹하게 보여주었다.
▶ 자아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인식에 대한 고찰 : 초상화와 투사된 자아로서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통해 자서전에 대한 이질적인 접근을 보여주었다. 디터 로트와 데칭셰의 자가 발생적인 감시 장비들은 이미지의 무대에 서서 포즈를 취하며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억제할 수 없는 욕망과 인간의 동료들이라 할 생물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응시를 드러내었다.
▶ 이미지와 기억의 상호작용 : ‘역사와 기억’을 화두로 이미지와 기억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개별 작가 9명이 참여하였다. 헨리크 올레센은 작가와 작품의 숨겨진 역사를 기록하였고, 안드로 베쿠라는 전적으로 기억에만 의존해 그의 고향에 관한 사적인 기록을 재구성하였다. 최광호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사진으로 담고, 또 연로한 친척들의 죽음과 초상을 치르는 장례를 통해 삶의 마감을 기록하였으며 앨리스 콕의 비디오 작품은 국경문제로 인해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족의 재결합을 담아, 부재를 현재화하는 이미지의 힘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