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대상
제6회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의 눈으로 세계현대미술을 재조명, 재해석하고자 하는 취지와 함께 ‘아시아’를 대주제로 삼았다. 주제어 ‘열풍변주곡’은 아시아의 새로운 변화 에너지, 역동적 비전과 함께 아시아 권역에 존재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풍요로움이 일종의 열풍처럼 전 세계로 파급, 확산되는 아시아 효과 및 그 다층적 함의를 담보하고 있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는 아시아의 변화와 역동성을 대변하는 장소이자 한편으로는 광주에서 아시아와 세계로 뻗어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와 전 세계가 광주로 집결되는 ‘여기로부터’ 광주와 아시아의 원심적이고도 구심적인 탄력관계가 형성되는 도시이다.
김홍희 예술총감독(쌈지스페이스 관장)의 기획 총괄로 2006년 9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65일 동안 개최된 제6회 행사는 32개국 127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이러한 ‘진원지 내러티브’를 가시화 하는 대단위의 2개 전시와 시민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전시 ‘첫 장_뿌리를 찾아서 : 아시아 이야기 펼치다’는 우흥(시카고대학 교수) 수석큐레이터와 큐레이터 샤힌 메랄리, 빙후이 후앙푸, 협력큐레이터 자클린 바스 등에 의해 현대 미술문화 속에 나타나는 아시아 정신의 뿌리를 추적하는 통시적(通時的, diachronic) 접근의 기획으로 ‘신화와 환상’, ‘자연과 몸’, ‘정신의 흔적’, ‘현재속의 과거’등 4개 섹션에 72명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또한 ‘마지막 장_길을 찾아서 : 세계도시 다시 그리다’는 백지숙, 크리스티나 리쿠페로, 크리스 길버트·시라 파스쿠알 등의 큐레이터에 의해 꾸며졌다. 과정 중이고 이동 중인 현재진행형의 아시아와 세계를 네트워킹하고 그 흔적을 추적하는 공시적(共時的, synchronic)인 전시회로 55명의 작가들이 아시아, 유럽, 북남미의 도시들에서 현장 워크숍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첫 장에서 뮤지엄 성격 전시구성으로 전시주제에 대한 관객들의 접근을 보다 친근하게 이끌면서, 마지막장에서는 아시아를 바탕에 둔 동시대 세계의 인적 문화적 이동과 이주 등에 관한 프로젝트 형식의 문화진단과 제안형식을 함께 구성하였다.
이와 함께 ‘제3섹터_시민프로그램 : 140만의 불꽃’을 통해 비엔날레 전시와 광주시민, 일반대중을 연결시키고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전시 첫 장과 마지막장에 개념적 실제적으로 합류하면서 광주라는 장소성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열린비엔날레(미드나이트 피버파티, 빛카페/ 빛가든, 열린아트마켓, 미술놀이터, 광주별곡 등), 미술오케스트라(전시기획 공모) 등 미술과 참여이벤트를 결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학술행사로는 아시아미술포럼, CAA컨퍼런스, 열린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현대미술에서 ‘아시아성’또는 세계 비엔날레 문화에 대한 진단과 비전의 모색의 장이 되었으며, 국제 홍보 및 네트워킹 작업으로 싱가포르비엔날레, 상하이비엔날레와 함께 요코하마, 뉴욕, 베를린, 서울 등지에서의 설명회를 비롯한 공동홍보 및 패키지투어 상품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첫 장_뿌리를 찾아서
▶ 신화와 환상 : 창조적인 작가들을 매료시켜온 역사 이전의 신화적 시공간과 샤머니즘, 전통적 제의의 요소들은 여전히 독창적이고 풍부한 시각언어와 영감을 제공한다는 맥락으로 구성하였다. 주제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문화적 뿌리로부터 현대적 신화와 전설을 창조해 내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앙코르 와트유적지에서 접한 머리 없는 불상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딘 큐레의 <머리 없는 불상>, 물질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에 대한 병치의 개념을 내포한 마이클 주의 <보디 옵푸스케터스> 등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 자연과 몸 : 아시아 미술에서 두드러진 전통적 요소인 자연 풍경에 대한 작가들의 현대적 실험성과 다양한 접근 방법을 보여주며 작품들은 장르의 구분을 넘어 현대적 맥락 속에서 인간의 신체와 내면에 주목하는 다른 작업들과 상호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나뭇잎이나 볏짚 등으로 그림자 산수를 만든 수빙의 <백그라운드 스토리>, 전시관 밖 센서를 통해 바람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 크리스 웰스비의 영상설치작인 <나무연작> 등이 있다.
▶ 정신의 흔적 : 동양철학과 선사상에 영향 받은 내면의 자발적 표현으로서 정신성을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결합시키고자 하였다. 플럭서스를 비롯해 선묘의 정신성과 행위의 자발성을 표현한 곽선경의 검정마스킹 테이프드로잉 <언타잉 스페이스>, 관객들의 뇌파반응에 따라 영상이 변화하는 슈민 린의 <내공> 등 최근의 뉴미디어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전통을 가시화하는 작업들로 구성되었다.
▶ 현재 속의 과거 : 역사와 기억이 주어진 사실 이상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얽혀진 관계를 조명하고, 변화된 현대사회와 새로운 도시환경 속에서 과거 역사를 새롭게 추적하고 다양한 매체, 사진, 사물들을 통해 기억이 창조되는 과정을 현대미술의 형식으로 펼쳐내었다. 모친이 30년 동안 모아온 일상용품들을 설치한 송동의 <버릴 것 없는>, 베트남의 이주와 정착에 대한 내용을 다룬 준 구엔 하츠시바의 퍼포먼스 <메모리얼 프로젝트 워터필드 : 별들의 이야기> 등이 선보였다.
마지막 장_길을 찾아서
▶ 유럽 : 유럽 내의 문화적, 인종적 차이를 대립이 아닌 생산적인 다양성의 원천으로 받아들이고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과 빌니우스를 비롯, 전통적 문화수도인 파리, 코펜하겐 간의 연결과 다이내믹한 교류를 통해 시류적 이슈를 주로 다루었다. 대부분의 작품이 과정 중심의 협업 프로젝트, 각 도시 루트간의 개념을 연결하는 다양한 현지 프로젝트를 담은 내용들로 구성되었으며 과정 지향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미학적으로 형상화 한 영상, 도큐먼트, 설치 등의 작업이 주조를 이루었다.
▶ 중앙발칸 - 중동 - 아시아 - 북미 : 중앙발칸에서 시작하여 중동, 아시아, 그리고 북미에 이르는 20여개 도시들을 가로지르며 동시대적이며 역사적인, 혹은 실제적이며 상상적인 이야기들을 펼쳐내었다. 지역 간의 대화에 기초하여 관계와 태도로서의 아시아를 찾아가는 몇몇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학제 간 협업과 공동의 제안들, 도시 간 이동과 연계의 틀, 워크숍과 레지던시의 결합, 아카이브의 구축과 각종 인쇄물 산출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약 20여개 도시들의 루트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 남미 : 이 섹션은 반-헤게모니적 논리를 기초로 제도적 구조와 시스템에 대립하는 태도를 취하여 군사화, 제국적 권력, 저항의 범죄화 등의 이슈를 토론하기 위한 세미나를 사회 활동가, 운동가 및 미디어 작가그룹들과 함께 각 도시에서 개최하고 권력 지향적 네트워크에 반대하는 지역적 움직임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논의와 만남의 과정 및 결과를 비엔날레 전시공간에 시각적 자료로 구성하여 제3세계, 제국주의 전쟁, 테러리즘, 민중 전쟁의 4가지 소주제로 남미의 관점으로 전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