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대상
2000년 광주비엔날레는 과거 속에서 인간의 삶이 가해졌던 모든 모순들을 파헤쳐 앞으로의 인간의 삶의 조건을 보다 건강하게 가다듬어 가자는 절실한 명제로 '인+간'을 제시한다.
인(人)과 간(間)을 각각 떼어놓고 보았을 때 인(人)은 사람과 사람에 관계되는 여러 의미항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간(間)은 공간적 시각적 의미로서의 거리, 사이를 함의하고 있다. 즉 사람을 에워싸는 관계항으로서의 의미가 강하게 표출된다.
해체를 통해 각 글자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두 글자를 다시 결합했을 때, 즉‘人+間’이라고 했을 때, 종래의 관념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그 주변, 인간과 그 환경, 인간과 그 상황, 인간과 그 조건이란 다의적인 의미를 획득할 수 있었다.
人과 間을 연결하는 ‘+’라는 부호도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人, +, 間’이란 세개의 부호가 만들어내는 신조어인 셈이다. 사람과 그 주변과의 관계항을 강화해주는 부호가 다름아닌 ‘+’이다. ‘인(人)’과 ‘간(間)’으로 각기 분할해서 그 의미를 분석적으로 파악함으로써 20세기의 인간관이 상실해 온 세계를 더욱 정밀하게 재구축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人+間”은 ‘인(人)’과 ‘간(間)’의 동질성과 차별성, 일체감과 거리감을 나타낸 것으로, 21세기를 전세기와는 다른 전망에 서 있는 인간의 시대로 탈환하기 위한 미묘한 한계를 훌륭하게 상징화하였다. 그 배후에 내재된 의미는 21세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아주 적합한 것이었다. 광주비엔날레의 주된 테마인 “人+間”을 바탕으로, 아시아 섹션은 “보이지 않는 경계- 변모하는 아시아의 미술”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다.
아시아는 오랫동안 근대 서구문명의 수용과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자국 민족의 전통을 부흥하기 위한 내셔널리즘이 반복적으로 대두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현대의 아시아 작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그러한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날카로운 신선으로 반성하고 근대 서구문명에 의해 이끌려 온 역사가 만든 20세기의 폐쇄감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아가 21세기를 자신의 표현기점으로 설정하고 세계적인 관점에 서서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스스로 생명을 얻은 아시아를 향한 것이고, 이러한 문제는 아시아 이외의 세계와도 통하는 21세기의 과제가 될 것이다.
본전시
▶ 유럽·아프리카 : 시간적 기준과 접점을 근거로 할 때 2000년 자체는 지난 세기에 대한 회고와 다음 세기에 대한 조망의 표상으로 상징화 된다. 회고와 전망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본질의 공간(間) 속에 처한 변화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 있으며 예술가들은 이 추상적이고도 난해한 ‘변화’의 개념을 ‘人+間’의 관계(상황)와 ‘사이’로서의 2000년이라는 시간적 의미가 결합된 함축적인 것으로 표현하였다.
▶ 북미 : 자화상은 서구미술의 오랜 전통이고 북아메리카와 한국 문화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반영한다. 한국문화 내에서 자화상은 곧 서구적 인간성을 대표하는 이상적인 장르로서의 표현으로 현대의 자화상을 위주로 구성하였다.
▶ 중남미 : ‘에그조티카 인코그니타(Exotica Incognita)’란 이산(離散)과 대륙, 이를테면 ‘라틴 아메리카’의 정체성과 공간을 의미하며 내적, 외적 구조로부터 전달되는 표현, 모순, 자율적 창조의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겹겹으로 생성된 복합성과, 창조력에 기인한 개혁적 시각, 그리고 시적으로, 그러나 다양한 문화적 기호요소들로 함축된 표현들을 통해 개인, 사회 문화적 정체성을 표출하려는 기량, 그러한 요소들이 전시 주제의 핵심이다.
▶ 아시아 : 人과 間의 동질과 차이를 의식화하는 것으로, 21세기를 지난 세기와는 다른 전망에 입각하여 20세기의 인간관이 간과해 왔던 세계를 보다 정밀하게 재구축하고자 하였다. ‘人+間’의 ‘+’는, 人과 間의 동질과 차이, 동체감과 거리감을 의식화하는 것으로, 21세기를 지난 세기와는 다른 전망에 입각한 인간의 시대를 회복하기 위한 의미이다.
▶ 한국·오세아니아 : 인간중심적인 인간관을 해체하고 외부와의 새로운 관계로 다시 형성되는 탈중심화된 인간을 시사하는 ‘인+간’은 서구문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동양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제인 만큼 비서구권 국가들인 한국과 호주 권역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 전시이다.
▶ 특별코너 : 세계를 5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커미셔너에 의해 작가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자칫 통일성이 결여될 수 있고, 주제의 해석에 있어 산만해질 수 있는 통일성과 주제 결집을 위해 전시장 여러 곳에 특별코너를 배치함으로써 전체를 이어주고 통일감을 기해 주제를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기획되었다.
특별전
▶ 예술과 인권 : 5·18광주민중항쟁 20주년을 맞아 인권의 도시인 광주의 이미지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예술작업들과 연계시키려는 의도에서 기획하였다. 인권에 근거한 표현의 자유를 확대시키면서 ‘예술의 자율성’을 획득하고 공공의 윤리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전시였다.
▶ 한·일 현대미술의 단면 : 한국의 ‘단색조 회화’와 일본 ‘모노하’의 미감적 특질, 양식적 특성 및 제작 방법론에 대한 검증과 분석을 통해 미국 중심의 미니멀리즘(한국 단색조 회화의 경우)와 서구의 오브제 미학 및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일본 모노하의 경우)가 각각 차별화 될 수 있는지를 조망하는 전시이다.
▶ 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 : 분단초기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민족동질성 회복의 계기를 만들며 주체미학적 관점에서 제작된 최근 작품을 통해 북한미술에 대한 이해의 장을 마련코자 하였다. 조선중앙미술박물관 등 북한 작품의 전시를 원칙으로하되,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 인간과 성 : 성의 담론은 에로티시즘에서부터 동성애뿐만 아니라 전통적 성 신앙과 관념, 문화적, 지리적 차이 등에서 생성되는 문제들을 포괄한 전시이다. 성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의미와 가치 속에서 변천되어 왔는가를 검토하여 성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와 가치, 개념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 인간의숲·회화의숲 : 21세기는 환경오염, 자연파괴 등의 주범이 되어 왔던 첨단과학에 대한 관심보다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 인간과 자연의 균형 회복을 주제로 하여 새로운 세기,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인간의 문제, 자연의 문제를 미술사적 맥락에서 모색하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