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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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관람객 울린 2012광주비엔날레 작품은?

이매진, 망망대해, 그들이 떠난 곳에서…
인권, 평화, 쉼, 성찰 등 다양한 작품…우리와 닮아

 인류가 당면한 정치, 경제, 문화의 담론들을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주제 아래 풀었던 2012광주비엔날레가 오는 11일 폐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람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은 무엇이었을까? 주제별로 묶어 봤다.

 


*페드로 레예스 - 이매진(Imagine), Courtesyof Alumnos 47.

△인권, 평화…이매진, 제2의 물결, 망각기계
 이번 비엔날레 전시는 광주정신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특별전은 없었지만, 광주를 넘어 민주·인권·평화의 문제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페드로 레예스의 이매진(Imagine)은 무기를 변형시켜 악기를 만들고, 음악 퍼포먼스 등을 진행한 작품이다. 개막식에 이 지역 밴드인 ‘우물 안 개구리’가 존 레논의 'Imagine'을 연주했다. 무기였던 것들이 악기로 변하고, 그 악기를 통해 들리는 역설적인 평화의 노래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인도 여성들의 결혼과 관련한 지참금 문제, 강간, 차별적 법률 등 사회와 국가에 깊이 내재한 가부장적인 억압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인도 여성운동 제2의 시기를 보여주는 쉬바 차치의 ‘제2의 물결’. 인도의 페미니즘 역사를 대변하는 사진들과 차치의 기록으로 구성된 설명이 바닥에 프로젝션으로 투사되는 작품 또한 사랑을 받았다.
 이밖에도 1980년대 광주항쟁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노순택의 ‘망각기계’ 등 육각형의 독특한 전시공간에서 만나는 83장의 사진이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사진은 남한과 북한 모두가 야기한 폭력과 항거, 저항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비빔밥 - 숲, 숨, 쉼 그리고 집(Forest, Breath, Rest and House), Courtesy of the aritsts.

△자기 돌아보기…환생, 그들이 떠난 곳에서, ‘숲, 숨…’, 망망대해
 정치,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현 시대에 자기 돌아보기를 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호응도 높았다. 중국의 유명 시인 ‘한 동’의 시 22편이 담긴 환생(Born Again)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들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집을 현대미술 전시에서 만나는 것이 이색적인데, 관람객들은 갤러리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시에 빠져들었다. 시집을 구매할 수 있냐는 문의 또한 많았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안규철의 ‘그들이 떠난 곳에서’는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테라코타와 레진으로 만들어진 2개의 별이 수백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 광주 도시 곳곳에 흩어진 후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왔고, 돌아오지 않은 것들도 있다. 누군가들이 떠났던 바다풍경을 그린 200개의 캔퍼스 또한 돌아온 것이 있고, 돌아오지 않은 것이 있다. 광주 5·18때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처럼. 작품을 해체한 시도 자체가 획기적이었다는 평과 함께 광주 어딘가에 남아 있을 작품들의 파편, 이야기, 기억을 통해 전하려는 그의 메시지가 마음을 울렸다.
 20대부터 40대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개인 5명이 모여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도 화제를 낳았던 광주 지역 작가 그룹 ‘비빔밥’(박상화·장한별·이매리·김한열·강운). 이들의 작품 ‘숲, 숨, 쉼 그리고 집’은 비엔날레 광장에 설치된 작품으로 외관은 검은 거울로 이뤄져 있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손으로 만든 한복 소재인 샤 100여 장으로 이뤄진 스크린에 비춰지는 산, 숲, 쉼, 삶, 숨 등이 만드는 글자를 만날 수 있고 숲에 들어온 듯한 바람과 향기 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등으로 영상에 나만의 쉼의 흔적을 그려볼 수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쉼에 대한 느낌들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도 있었다.
 2012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중 무각사는 명상, 성찰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수많은 인생사의 굴곡을 표현한 볼프강 라이프의 ‘망망대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들이 적지 않았다. 또한 소금에 발을 얹고 마음 속의 상처들을 지우는 김주연 작가의 ‘기억 지우기’ 등이 사랑을 받았다.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 무제(Untitled, 2012), ⓒ 광주비엔날레

△체험하며 작품 만나기…14개의 탁구대, 50대의 자전거
 광주비엔날레 야외광장에 마련된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인 14개의 탁구대는 특히 학생단체관람객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반짝이는 거울 재질인 ‘크롬’으로 만들어진 탁구대에는 가을 하늘도 탁구를 하는 자신의 모습도 비친다. 네트로 분리된 탁구대처럼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국의 모습을 암시하는 작품이지만, 관람객들은 즐겁게 탁구를 치면서 탁구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처럼 남과 북의 교류가 개선되기를 바랐다.
 스콧 이디는 광주 시민들에게 쓰지 않은 자전거를 기증받고, 그것을 분해해 쓸 수 있는 부품을 고르고 다시 조립하고, 색깔을 입혀 50대의 자전거를 만들었다. 이 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페달을 뒤로 굴려야만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자전거,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 초등학생들은 전시장 안에서 자전거를 신나게 탔고, 이 자전거들은 광주 시민들에게 기증된다.

 


*장가 싱 쉬암 - 하라노리(Haranori), Courtesy of Pundole Art Gallery.

△시각예술은 이런 것!-장가 슁 쉬암, 크레이크 월시&히로미 탱고, 김범
 장가 싱 쉬암의 작품들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섬세하면서 그만의 작업 기법으로 표현한 인도의 동물들, 신화 속에 나오는 동물들, 펜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표현하는 그의 작업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도의 한 부족마을 출신이어서 제도화된 갤러리에 들어가기가 힘들었고, 비극적인 죽음까지 맞게 된 그의 삶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광주시민들이 기증한 옷가지, 사진, 여러 오브제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이어져 만들어진 스크린에 광주시민들의 집에 대한 생각이 담긴 인터뷰 영상이 투사되는 크레이그 월시&히로미 탱고의 ‘홈-광주’. 대형 스크린에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광주시민들의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눈길을 끈다. 작품 제작의 과정 자체가 광주시민들과 함께한 것이어서 더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보는 것과 관련된 지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우리 주변이나 상황을 다르게 보거나 상상하도록 하는 김범 작가. 처음에는 그것이 닭인지 모르고 접근한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 12마리의 통닭 모양의 조각은 관람객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닭이 판매되고, 치킨 교환권으로 교환돼 광주 지역 아이들에게 기증되는 작업까지 이어져 관람객들의 마음을 더 훈훈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끊없는 미로를 만나는 김범의 ‘무제(친숙한 고통)’ 앞에, 관람객들은 친숙한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아나 휴스만 - 시장(The Market), Courtesy of the artist.

 △영상의 매력에 빠지다-시장, 틀라텔로코 충돌, 노란 비명
 미디어아트의 시대답게 작가들의 영상 작업이 많았던 2012광주비엔날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읽고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익숙한 시장의 풍경이지만 빠른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하여 작품 자체에 빠져들게 만든 아나 휴스만의 ‘시장’. 도슨트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관람객들은 ‘손’이 보이지 않는데도 채소가 다듬어지고, 시장의 물건들이 팔려 나가는 영상에 즐거워한다. 그런 경쾌한 영상 이면에, 지역산r수입산 농산물을 놓고 크로아티아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요, ‘죽여야 하는’ 질병·세균 등 홀로코스트의 병리학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정교하게 편집한 목소리를 듣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외부전시장에 있는 영상작품들도 사랑을 받았다. 무각사에서는 멕시코시티 틀라텔로코 지역의 아픈 기억, 잔재들을 손풍금 연주의 선율로 재현하는 안리 살라의 영상 '틀라텔로코 충돌'이 그것이다. 영상에 보여지는 장소는 스페인이 아즈텍을 정벌할 당시 아즈텍 민족이 패배한 곳, 1968년 멕시코올림픽이 열리기 열흘 전에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총격을 당한 장소이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그 곳에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손풍금의 선율은 잊혀지지 않는 흔적으로 관람객들의 마음에 남았다.
 대인시장 오래된 3층 건물에서 만나는 김범의 ‘노란 비명’에 관람객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여러 비명의 종류에 따라 노란색의 명도, 채도 등을 달리하면서 실제 아~악, 아아아아악~, 으아악 캔버스에 비명을 질러 가며 그림 그리기에 대해 ‘심각하게’ 설명하고 있는 작품은 색과 감정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문의 (재)광주비엔날레 홍보사업부 : 062-608-4222>

 

[덧붙임]. 보도자료 파일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