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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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월_정하선_어린이와 비엔날레

어린이와 비엔날레

정하선

 

12월호 ‘과정을 들여다보면’ 글에 소개했던 코끼리 작품 기억하시나요? 엄정순 작가의 <방안의 코끼리 2023>로 어린이들이 코끼리를 직접 만나고 여기서 느낀 코끼리를 함께 작업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비엔날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예술 작품에 어린이가 제작 주체로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어린이와 비엔날레. 이렇게 비엔날레 작품 창작을 함께한 어린이들도 있고, 앞으로 전시장에서 작품을 만나게 될 수용자로서의 어린이들도 있을 텐데요. 이번 글을 통해서 어린이들이 비엔날레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어린이가 작품을 만났을 때, 자기 나름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때 옆에 있는 어른들의 질문이 아이들이 작품을 들여다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미술교육학자 펠드만의 방법을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펠드먼은 비평의 4단계를 제시합니다. 기술-분석-해석-평가 단계인데요. 첫 번째 기술 단계에서는 작품의 시각적인 특징을 포착합니다. 어떤작품과 마주했을 때 직관적으로 눈에 띄는 요소인 색, 조형요소 등을 기술합니다. 처음 작품을 마주한 어린이가 작품을 보았을 때 선, 형, 색과 구도 등을 대상으로 어떤 것이 눈에 띄는지 질문하며 감상의 시작을 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분석 단계입니다. 앞선 단계에서 포착했던 이미지들이 어떤 효과를 주고,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합니다.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대상들이 어떻게 관계를 만들며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는지 분석하며 감상에 한 발 더 깊이 들어

갑니다. 1단계에서 아이들이 대답한 대상들 중에서도 어떤 요소가 크게 느껴지는지, 대상들 사이에 비슷한 점이나 대비되는 점은 없는지, 그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지 등의 질문이 이 단계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해석 단계입니다. 앞선 두 단계들이 발견을 위한 과정이었다면 여기서는 발견된 것들의 의미를 찾는 단계인데요. 여기서는 대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작가는 왜 이렇게 표현했을지, 무엇을 나타내려 했는지 생각해 보며 작품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이때 아이에게 작품의 제목을 스스로 붙여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일것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였는지 등과 같은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작품이 개인의 영역으로 넘어와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됩니다.

 

마지막은 평가 단계입니다. 개인에게 다가온 작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단계인데요. 아이들에게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보며 감상을 마무리 합니다. 전체 단계를 요약하자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 그래서 그것들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 무엇을 의미하는지 > 그림이 마음이 드는지의 질문 순서가 됩니다. 비엔날레에 와서 작품을 만나는 어린이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준다면 대화를 통해 더 깊은 관찰과 감상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과 함께한다면 어린이들이 비엔날레를 더 풍부하게 누릴 수 있을 텐데요. 또 어린이와 함께하시는 분이라면 이번 비엔날레에서 특히 주목할 워크숍이 있습니다. 사운드 아트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타렉 아투이 작가의 워크숍인데요. 이번 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전남 지역의 도자, 종이, 장인들과 협업으로 제작한 사운드 설치물입니다! 지난 참여작가 발표에서 이숙경 예술감독이 직접 어린이 참여의 폭을 넓히는 워크숍 작업이라고 언급한 만큼 기대가 되는데요. 어린이 손을 잡고 비엔날레에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비엔날레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스며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