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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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월_임영택_태양 가장 가까운 도시에 사는 M에게

태양 가장 가까운 도시에 사는 M에게

임영택

 

M, 잘 지내니? 우리가 못 본 지도 이제 거의 사 년이 다 되어 간다.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그 중에서도 안데스 산맥 중턱에 위치한 수도 키토에 사는 널 생각하면, 태양과 가장 가까운 도시에 산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게 돼. 태양에 가장 가까운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고도 탓에 연교차도 크지 않고 일 년 내내 선선하다는 너의 말을 기억해.

 

파도와 바다로 가득찬 네 그림을 보며, 그 넓은 바다를 건너 널 한국에 초대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은 네가 사는 에콰도르, 우리가 만난 프랑스와도 너무 다른 도시이기에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해. 그리고 한국의 남쪽 도시 광주에서는 곧 다가올 봄부터 열네 번째가 되는 대규모의 비엔날레가 열리거든. 우리가 매일같이 하루에 몇만 보씩 걸으며 파리 곳곳의 전시를 보러 갔던 것처럼, 광주비엔날레에 오면 적어도 며칠은 꼬박 전시를 보며 지낼 수 있을 거야.

 

광주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고 치열하게 투쟁이 일어났던 곳이고, 광주비엔날레는 그 투쟁을 기억하고 도시의 트라우마를 회복시키며 인류 전체의 평화를 기도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곳이야. 낮에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는 네가 이 전시들을 돌아보면, 네 학생들에게 해줄 낯설고도 중요한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아. 올해 열릴 광주비엔날레의 제목은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인데, 미술에서 물과 같은 포용력과 회복력을 찾아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해. M, 너의 그림을 채우고 있는 파도와 습기, 그리고 구름들 또한 물의 다양한 형태라는 것을 떠올려 보면, 너의 상상력도 이 테마와 가까이 닿아 있는 것 같아서 네가 꼭 보면 좋겠다. 언젠가 네 그림이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벽에 걸려 있을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네가 광주에 와서, 같이 비엔날레를 보고 여수나 순천같은 바다 도시에 가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의 남해안을 보고 에콰도르의 바다와 어떻게 다른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언제나 네가 잘 지내길 바라는 T로부터.